[2020 청년Pre-Job지원사업] (6) 대구피플퍼스트 이주언

17:29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대구피플퍼스트 조력자로 활동 중인 이주언입니다.

이주언

청년ngo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기독교 동아리에서 함께했던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서 재정적인 후원 및 환경이 어려운 가정에 방문, 책모임, 토론, 강연 개최 등등의 활동을 했다. 사실 대구피플퍼스트에 지원한 이유도 팀 활동을 하며 만난 발달장애인 아동의 영향이 컸다.

어떻게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 곳을 탐색하던 중 페이스북에 공유된 공고를 보고 나에게 알맞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해 참여했다. 타지에서 살다가 대구에 정착한 직후라서 생활을 유지할 비용이 시급했었다.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면 지속해서 만나는 발달장애 아동이 있는데, 그 아동에게 도움을 줄 전문지식이 너무 없었기에 청년pre-job지원사업을 통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싶었다.

대구피플퍼스트는 어떤 단체인가?
=People First(피플퍼스트)는 한 발달장애인이 “mentally retarded(정신박약)”로 부르는 것에 불만을 표현하고 “I wanna be known to people first(나는 우선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원한다)”에서 유래되었다.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권익보호를 위해 일하며 비장애인이 조력자로서 도움을 준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비장애인 사이에서 늘 소수로 살아왔지만 대구피플퍼스트 안에서는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세상에 ‘동등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낸다.

발달장애인 권익 보호 활동 중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된 사례 중 하나만 소개해 줄 수 있는지?
=2020년 4월 10일 서울에 있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여해 피플퍼스트 상근자가 직접 쓴 발언문을 낭독했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선거 공보물과 후보들의 연설이 어렵고 투표용지도 알아보기 힘들어서 선거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투표용지와 알기 쉬운 선거 공보물, 후보자들의 쉬운 연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었다.

▲(왼쪽)발언문 전문, (오른쪽)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여해 피플퍼스트 상근자가 직접 쓴 발언문을 낭독하는모습

단체 분위기는 좀 어떤가?
=대부분 조용하고 가끔 소란스럽고 늘 재미있다. 한 발달장애인은 “뀨우”라는 말을 달고 산다. 국장님을 만나면 “국장님 오하이오”라고 인사한다. 또 다른 한 분은 늘 ‘한일경제’에 관심이 많아서 옆에 슬며시 와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해준다. 똑같은 걸 20번쯤 들은 것 같다. 다들 개성이 넘쳐서 오히려 내가 무채색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별로 웃긴 말도 아닌데 웃으시는 분도 있다. 그게 웃겨서 나도 웃는다.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구피플퍼스트 상근자들의 활동을 조력한다. 비장애인은 쉽게 이해되는 언어도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말들이 있다. 그런 언어를 쉽게 설명해주거나 더 쉬운 언어로 알려준다. 기자회견이나 강의, 간담회 등의 활동을 위해 장거리 외근 하는 경우에는 표를 예매하고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피플퍼스트가 진행하는 활동에 대한 조언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5월에 진행했던 임원회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모여서 스스로 사회자, 서기, 위원장을 뽑고 그 역할들을 수행하는 모습이 나에겐 새로웠다. 늘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이었다. 분명 서툴지만, 누구 하나 서투름을 탓하는 사람 없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진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기사를 대본으로 만들어서 뉴스 형식으로 촬영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너무 어설퍼서 어쩌면 뉴스보다는 대본 읽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쓰던 모습이 기억난다.

발달장애인을 이해하는데 피플퍼스트에서의 활동들이 도움이 되고 있는가? 활동하고 난 후에 내 스스로 생각이 변화된 점이나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문득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다. 내가 발달장애인 상근자들을 비장애인에게 하듯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발달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대했다면, 지금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어쩌면 하나의 다름으로 여러 가지의 같음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왼쪽)피플퍼스트 임원회의 모습, (오른쪽)뉴스 동영상 촬영중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구피플퍼스트 활동으로 발달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렸으면 좋겠고, 그 목소리를 더 많은 분들이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에 와서 상근자들이 스크랩하는 뉴스 기사들을 보면 발달장애인을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발달장애인도 동등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들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