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경북 성주군에 있는 EMG전선 노동자들은 2015년 노동조합을 처음 결성했습니다.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던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교섭을 거부하고, 9월 30일 부분 직장폐쇄를 진행했습니다. 그해 12월 회사는 전면 직장폐쇄와 사원협의회 회원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파업에 들어간 지 130여 일이 지났고, 직장폐쇄가 약 100일이 되어가지만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15년 12월 30일 열린 금속노조 구미지부 EMG전선지회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이 작성한 편지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EMG전선지회 조합원 이재홍입니다.
저는 올해 4월 이 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일한 기간보다 투쟁한 기간이 더 오래되었습니다. 처음 노동조합 가입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두렵고 망설였습니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봐왔던 노동조합은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알게 되면서 그런 생각들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일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있나? 노조에 가입하면 관리자들한테 찍히는 거 아니냐?”였습니다. 그럼 저는 항상 “언제까지 노예처럼 일하면서 살 건데?”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도 그랬었고 지금도 낮은 임금과 힘든 근무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는 것, 무리한 임금인상이 아닌, 일한 만큼 받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내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 자그마한 요구를 목이 터지라고 외치고 외쳐도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사장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투쟁하면서 처음으로 경찰 조사도 받아봤습니다. 끝까지 함께하자던 동지가 배신하고 떠났던 날, 눈물도 흘리고 가슴 한켠이 먹먹하여 며칠 동안 잠을 설친 적도 있습니다.
동지여러분! 저는 이 투쟁에서 꼭 이기고 싶습니다. 너무나 절실히 그리고 간절히 승리를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입 닫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도 정수기 한 대가 없어 휴식시간 물 한 잔 먹을 수 없는 이러한 현장에서 다시는 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많은 형님과 아우들이 생겼습니다. 제게는 그 동지들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는 지회장과 간부에게 감사하고, 먼저 다가와 저의 마음을 열게 해준 우리 동지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고 승리하여 멋진 회사, 출근하고 싶은 회사, 즐거운 회사를 만들 수 있게 저 또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끝으로 연대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뜨거운 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언제나 연대해주시고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해주신 동지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동지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반드시 승리하고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이 투쟁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나는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함께한 우리 동지들도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소중한 동지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