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과로사가 이어지는데도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인력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오전 10시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경북지역본부는 대구시 동구 경북지방우정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인 집배 인력 재배치를 철회하고, 집배업무강도 시스템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경북우정청은 집배업무강도 시스템(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근거로 집배원 194명이 남는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일반 우편 2.1초, 등기 28.0초, 저중량 소포 30.7초가 걸린다. 우편물 배달 외에도 등기나 소포 구분, 이동, 우체통 수집 등 출근부터 퇴근까지 작업을 초 단위로 구분해 놓았다.
노조는 이 시스템이 집배 현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경북지역본부 교육선전국장(동대구지부장)은 “시스템 기준에 맞게 하려면 집배원이 종일 100m 달리기를 하듯이 하면 된다. 집배 업무는 기계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라며 “언제 생길지 모르는 변수와 수많은 민원 상황들을 분초 단위로 계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경북우정청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위탁택배원 67명, 농어촌소포전담 71명 등 비정규직 집배원 138명을 충원했다. 지난 2019년 파업을 거치며 인력을 충원했지만, 다시 인력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당시 사회적 합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현우 국장은 “당시 사회적 합의로 파업을 철회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대화하면서 파업을 철회했다”며 “집배업무강도 시스템을 적용해서 구조조정 하면 파업 전 인력과 똑같아진다. 오히려 정규직 인력은 충원을 중지해서, 비정규직 인력으로만 대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북우정청 집배원들은 코로나19 위협에 맞서 묵묵히 대민서비스를 수행했다. 최근 대구시 긴급생계기금을 집배원 한 사람이 매일 수십 통에서 수백 통까지 한 달 넘게 배달했다”며 “이러한 집배원을 대상으로 인력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경북우정청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부터 집배업무강도 시스템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또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 계획 철회 ▲집배업무강도 시스템 폐지 ▲정규직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 전국 집배원 상경 투쟁 등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5월 <KBS 시사기획 창>이 2010년 이후 사망한 185명의 집배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사망자는 79명, 사고사 37명,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33명, 자살 9명 순으로 나타났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 시간으로 나타났다. 2016ㄴ년 기준 OECD 평균 연간 노동시간은 1,763 시간이다.
경북우정청 우편물류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저희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부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라서 말씀해 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