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등 영남학원 재단 총장선출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영남대 교수회, 영남대 직원노조, 영남대이공대 교수협의회 등이 10일 한재숙 영남학원 이사장을 만나 면담을 가졌지만, 이견을 크게 좁히진 못했다. 재단 측은 개정안을 접수하면 이사회에 부의해서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전했다. 교수회 등은 이날 오후부터 영남학원 재단 사무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영남대 교수회 등은 오전 11시 영남학원 법인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총장 선출 방안 변경을 요구했다. 서길수 현 영남대학교 총장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로, 현행 제도대로 한다면 늦어도 올 10월까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를 구성해야 한다. 교수회는 그전에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 영남학원에서 시행 중인 ‘총장선임에 관한 규정’은 총추위와 같은 간접 선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전국 사립대학 중 최악의 졸속 안”이라며 “총추위와 최종 후보 선임 과정 모두 법인 이사회가 장악하고 있다. 대학구성원들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선출 과정도 깜깜이”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영남학원 총장 선출 방식은 법인 이사회 추천 3명, 교수회 추천 3명, 직원노조 추천 1명, 총동창회 추천 1명, 지역 저명인사 1명 등으로 구성된 총추위를 구성해 등록조건을 갖춘 총장 후보자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총추위만이 후보자 심사에 참여하고, 다른 대학 구성원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총추위가 후보자를 3~5명으로 추려 재단에 보고하면 재단이 최종 결정한다.
이들은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 과정에 배제되어 있으며, 한 대학의 총장이 어떤 비전으로 대학을 경영할지 구성원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총장 후보 역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 있는 학교 경영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도 없어서 구성원에게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채, 법인 이사회 비위 맞추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승렬 영남대 교수회 의장 등 대표자 4인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전 11시 45분께부터 한재숙 이사장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오후 1시 15분께 면담을 마친 이승렬 의장은 “인식의 차이는 커 보인다. 충분히 하고 싶은 이야길 서로 나눴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를 바라보는 이사장의 시각은 우리가 보는 시각과 전반적으로 달랐다”고 말했다.
김문주 교수회 사무국장은 “총장 선출 방식은 형식적인 부분이다. 핵심은 왜곡되어 있는 영남대 내부의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라며 “총장선출제도 변경 요구도 거버넌스 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다. 교수회가 요구하는 건 그냥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는 게 아니라 의지를 갖고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수 영남대 직원노조 위원장도 “핵심은 그냥 올려주겠다고 이야길 하지 말고, 의지를 갖고 우리하고 논의를 해서 통과를 목적으로 공론해서 부의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수회와 직원노조는 지난해 ‘총장선출제도 개선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이들은 교수, 직원, 총동창회, 학생, 법인 대표 등 22명으로 구성된 추천위를 구성하되 추천위가 추린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규 교직원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와 찬반투표도 진행해서 높은 찬성 지지를 받았다. 교수회에 따르면 교수회원 753명 중 481명(참여율 64%)이 참여한 투표에서 410명(85.2%)이 찬성했다. 직원노조 조합원 271명 중 143명(53%)이 참여한 투표에선 129명(90.2%)이 찬성했고, 영남이공대학교 교수협의회원도 101명 중 67명(66.3%)이 투표에 참여해 64명(95.5%)이 찬성했다.
법인 사무국에 따르면 교수회와 직원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의견 제시를 해왔고, 12월 23일에는 한 차례 면담도 가졌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대면해 의사 교환을 하지 못하다가 교수회 등은 지난 3일 재단에 재협의를 요청했다.
김성철 학교법인 영남학원 사무국장은 “개선안을 정리해서 주면 17일 있을 이사회에 부의하겠다고 했다”며 “부의된 안건에 대한 논의는 이사 개개인의 의사에 따라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