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구 250만 명 선이 붕괴됐다. 안정된 일자리 부족 탓이다. 왜 대구는 일자리가 부족할까.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를 보면 알 수 있다. 지역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 역할인 대구TP는 최근 3년 동안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단 한 번도 전환하지 않았다.
대구TP 비정규직 연구원 A씨(30대)는 계약 기간 종료 전 퇴사했다. 입사 당시 A씨는 기간제 계약직이었다. 업무 성과가 좋다면 평가를 통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계를 따져야 하는 A씨는 계약 종료 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계약 종료가 다가오고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되면 이직을 알아볼 수밖에 없어요. 이직 기간도 얼마 없어 인수인계에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됩니다. 대구TP측은 재입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데 재입사는 별로 의미가 없어요”(A씨)
대구TP는 A씨처럼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연구원이 많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역TP는 ‘지역 산업·일자리 진흥기관’이다. 청년실업·일자리 부족 현상에 허덕이는 대구는 TP마저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셈이다.
2015년 12월 기준 전국 TP의 정규직 비율을 보면 경기대진TP, 서울TP에 이어 대구가 세 번째로 낮다. 대구TP 직원 192명 중 정규직은 81명, 무기계약직 60명, 기간제 계약직 51명이다.
대구TP는 무기계약직 비율이 다른 곳보다 높다. 대구TP측에 따르면 2008년 부서 통합 이후 기존 계약직 직원 중 2년을 넘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2년이 넘은 계약직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퇴사 후 재입사 방침을 고수했다. 2013년 이후 대구TP의 무기계약직 전환자 수는 0명이다. A씨를 비롯한 계약직 연구원들이 퇴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대구TP에서 일자리 관련 사업 부서인 창조산업지원팀 인력양성파트는 더욱 상징적이다. 12월 현재 인력양성파트의 직원은 2명이다. 1명은 정규직 팀장, 다른 1명은 12월 새로 고용된 기간제 계약직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직원은 5명이었는데, 6월 무기계약직 직원 1명이 사망했고, 8월과 9월, 11월 기존 3명의 기간제 계약직 직원들이 모두 그만뒀다.
<뉴스민>이 입수한 2015년 2월 인력양성파트 내부 업무보고 문서를 보면, 업무 특성이 ▲기업체·교육생 모집, 점검, 산업단지 출장 등 빈번하게 외근이 발생하고 ▲대구시와 고용노동부의 협조 부족과 함께 취업 매칭을 위한 취업처도 부족해 업무 진행이 어렵고 ▲파트의 담당 직원이 다른 파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나와 있다.
특히 담당 직원 4명(팀장 제외) 중 무기계약직 1명을 제외한 3명이 “비정규 근로자라 사업의 연속에 따른 업무의 연속성 저하가 우려”된다고도 돼 있다.
손대수 대구TP 인력양성파트 팀장은 “달성공단에 직접 가는 일도 있고, 인력양성사업 외에 다른 사업도 많이 있어 직원들이 외근조차 못 나갈 때도 있다”며 “최소한 한 파트에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한 명은 있어야 업무 연속성이 보장되는데 새로 충원이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비율 높을수록 경영평가도 높은 경향
대구TP 비정규직 많아지며 경영평가도 하락···타TP도 유사한 경향
매년 산업부가 전국TP를 대상으로 벌이는 경영평가 결과에는 정규직 비율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경영전략, 주요사업, 종합성과를 분석해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전국 TP 경영평가 자료를 보면, 경남, 충남, 경기, 충북, 광주 등이 주로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광주(50%)를 제외하고 모두 정규직 비율이 상위권이다.
같은 기간 경영평가에서 하위권인 포항, 경기대진, 대구, 서울, 제주TP는 정규직 비율이 50%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잦은 이직, 업무 연속성 저하 등 근로조건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특히, 대구TP는 2010년 평가 결과 A등급을 받았는데, 그 이후 매년 C, C, B, B 등급을 받아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구TP는 2010년 이전에는 정규직 비율이 높았으나, 2010년부터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났다.
대구TP 노조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직급도 없고 승진도 없다. 기간제 계약직이 능력이 있더라도 나가야 한다. 잦은 이직으로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내부적으로도 계속 힘들어지는 구조”라며 “대구TP는 공채로 다시 들어오면 된다고 하는데 어렵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용보장이 대구TP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 교육이나 일자리 창출 등이 주 업무인데, 그 업무 담당자들이 스스로 계약직인 상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정은 대구TP 총무인사팀장은 “업무 수탁이 안 되면 운영이 어려우므로?인력 유동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래서 계약직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구TP도 고민이 많다. 앞으로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프로젝트 베이스(업무 중점)로 운영해서 사업 단위로 약 5년씩 계약을 맺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이런 방식이면 무기계약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크진 않다. 직급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고 연봉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