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간단하게 단체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비영리 민간단체구요. 부설기관으로 대구쪽방상담소가 있고, 대구쪽방상담소는 쪽방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을 상담해드리고, 주거·생계·의료 지원하는 사회복지기관입니다.
Q. 대구에서 쪽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몇 명 정도 될까요?
4월 말 기준으로 765명 추산하고 있어요.
Q. 쪽방에 계신 분들도 월세를 내야 한다고 하셨는데, 월세는 얼마 정도 내나요?
월세가 적게는 12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싸지 않은 게 보증금이 없어서예요. 오늘 실태조사 발표를 할 텐데 765명 중에 250명에게 전화 연결 해서 상담을 했더니 월세는 3개월 이상 체납되었다고 응답한 분들이 많이 나왔고요. 절반 정도는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에요. 수급자인 경우, 월마다 생계비가 지원되니까 주거비가 체납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많이 힘든 상황인 거죠.
Q. 쪽방은 많이 알려진 단체잖아요. 처음 쪽방에 지원하고자 했던 분들은 어떤 분들이었나요?
제일 처음에 연락 온 분은 연예인 이영애 씨였어요. 이영애 씨가 대구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지정 기탁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쪽방상담소에 1호로 5천만 원 지원을 해주셨죠. 그래서 그 5천만 원으로 바로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구매해서 요긴하게 사용했어요.
Q. 코로나19 확산 때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서 외출이 금지되고 무료급식소가 폐쇄되면서, 이분들이 집안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마스크는 어떻게 살 것이며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부분 라면이나 무료급식소를 통해서 끼니를 때우는데 라면도 못 사러 가는 상황이니까 거의 굶어 죽다시피 할 상황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가 라면도 그렇고 마스크도 그렇고 필요한 물품들을 갖다 드려야겠다.
그런데 갖다 드리게 되면 대면하게 되니까 확진의 우려가 있고, 안 갖다 드리자니 굶어 죽게 될 상황이고. 그래서 자구책으로 방역을 수소문했어요. 각 보건소에 쪽방이 방역이나 이런 부분이 취약하다고 알렸죠.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하고 부엌도 없고 방도 붙어 있는 상황에서 생활 접촉이 많다 보니까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정말 다 퍼지게 되는데, 이것에 대해 대책이 있냐고 하니까 보건소에서는 나갈 여력이 없고 확진자가 생기면 그때 나가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영애 씨가 지정 기탁한 것도 있어서 이팝나무 사회적협동조합의 직원 조합원들에게 방역기술을 전수했어요.
Q. 그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가능하려면, 정신없는 날들이었겠어요?
‘소독약을 어디에 뿌린다’, ‘어디에 뿌리면 효과가 있다’, ‘소독약은 어떤 것들이 있는데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하는 내용을 속성으로 교육을 받았죠. 대구 전역에 두 팀으로 나눠서 주 1회는 물품이 나가고 주 3회를 방역했어요. 거의 대면하지 않고 하려면 물품을 갖다 드려도 어디에 보관할 수 있는 곳에 갖다 드려야 하는데 쪽방은 그런 장소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사박스를 구입해서 쪽방 전역에 배치해놓고 안내문과 물품을 전달해드렸어요.
Q. 굉장히 신속하게 대응하셨는데요. 많은 인원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지원활동을 하실 때 모두 자원봉사자 분들이셨나요?
직원 조합원분들은 자립이나 자활을 위한 직원이기 때문에 하루에 7만 원정도 일당을 드렸어요. 10시에 출근해서 물품을 준비하고 배달하고 4시에 퇴근하는 형식으로요. 그중에서 두 분 정도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쉼터에 계셨고, 네 분 정도는 희망하우스라고, 쪽방에 계시다가 매입 임대주택에 가기 전에 거주할 수 있도록 사무실 건물에 운영하는 주택에 계시거든요. 거기 사셔도 월세는 내야 하니까 월세를 받고, 월세 일부를 보증금으로 적립을 시켜주거든요. 월세를 모으려면 수입이 필요하잖아요. 원래는 요맘때 막노동이나 농촌 일을 통해서 수입을 마련하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다 얼어붙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Q. 물품지원도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큰 도움이 되었겠어요?
엄청 많이 들어왔죠. 쌀도 한 4,000kg, 라면 400,000개, 마스크 30,000개 정도 들어왔어요. 초기에는 물품도 다양했어요. 고구마, 초콜릿, 대파, 감자, 쌀국수, 운동 테이프, 삼계탕, 마스크 팩, 양말, 참기름, 깨, 오이, 건빵, 수건 등 다양하게 들어왔죠. 그래서 물류팀이 새롭게 생겼어요. 저는 안에서 물품을 조합해서 매주 750개의 코로나 키트를 만드는 것을 총괄했어요. 양말, 칫솔, 치약, 비누, 쌀, 라면, 마스크를 넣어서 키트를 만들었죠.
Q. 지금 물품은 다 해소하신 상태인가요?
지금은 코로나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서 라면, 쌀, 마스크 일부만 남겨뒀어요. 오늘까지 물품이 750개가 나가고 다음부터는 폭염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오랫동안 활동을 했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이래서 이 활동을 계속하지’라는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초기에 후원 물품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후원 물품을 많이 보내주셨을 때 직원용 마스크, 직원용 과일컵, 견과류 같은 것을 ‘이거는 꼭 직원들에게!’라고 하시면서 우리까지 챙겨주시는 게 참 고마웠어요. 화요일에 물품이 나가면 꼭 수요일에 전화를 주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러면 ‘무슨 민원전화일까, 뭐가 또 화가 나셨나?’ 하면서 전화를 받으면, 매번 갖다 주셔서 고맙다고. 이게 한 번이 아니라 매번 전화를 주셨어요. 이런 전화 한 통 받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이번에 후원처들이 대부분 신규였거든요. 대전에서도 전화 많이 받았고. 재밌었던 게 광주에서 한 트럭을 몰고 오셨는데 주변에서 다들 말리셨대요. 위험을 무릅쓰고 88고속도로를 타고 왔다며, 자기들이 휴게소에서 먹으려고 했던 빵까지 다 전해주고 가셨어요. 나중엔 견과류도 택배로 전해주시고 원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전해주셨어요. 그래서 혼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보내주시니까, 직원들이 몸은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계속 모르는 사람들이 응원해주시니까 멈출 수가 없었어요. 이런 응원과 지지가 저 같은 사람에게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김제동 씨가 우리 사무실에 방문을 했어요. ‘김제동과 어깨동무’라는 단체에서 후원을 해주셨는데 그 팀에서 라면과 김치를 750세트를 매주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한번은 대구에 직접 오겠다고 하셨는데 영상팀 중 한 명이 발열이 있어서 못 가게 되었다고 영상통화만 했어요. 김제동씨가 사투리를 쓰면서 “좋은 날 안 있겠십니까. 아시지예~”하는데 저게 오버인 것을 아는데도 마음 써주시는 게 보여서 좋았죠. 그러곤 다음 주에 대구에 내려오셨어요.
2월, 3월이 화훼농가가 피크인 시기였는데 졸업식이 다 취소가 되면서 힘들었잖아요. 그때 (김제동 씨가) 꽃을 사서 쪽방과 지역의 공감 게스트하우스 등에 ‘우리 꽃과 같이 살아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꽃을 나눴어요. 아니나 다를까 대구에 오셨을 때 직원용 생리대와 물품을 지원해주셨는데, 사실 여직원 생리대를 챙기는 게 쉽지 않은데 ‘여성의 마음을 잘 아시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웃음)
Q.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지속될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원래 2~4월까지 ‘보릿고개’라고 후원이 끊기는 시점이거든요. 그래서 사무실도 엄청 조용한 시기인데, 지금은 후원 물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아낌없이 나눴어요. 그리고 쪽방에 계시는 분들 특성상 외출이 잦지 않기 때문에 사실 코로나는 무섭지 않아요. 저희가 우려했던 부분은 쪽방 안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파급력이나 전염력 때문에 우려를 했었는데 다행히도 쪽방 내에서 감염 사례는 하나도 없었어요. 쪽방에 계시는 분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사례는 두 건이 있었어요.
또 우려스러운 지점은, 치료를 다 받고 나왔을 때,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그리고 쪽방에 돌아갔을 때 재감염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어요. 대구시에서 임시공간이라도 마련해서 운영해야 하는데 아직 디테일한 대책은 없고요.
폭염이 다가오고 있잖아요. (저희에겐)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폭염이에요. 폭염이 시작되면, 방안에 계시지 못해요. 방이 너무 뜨거워서. 그럼 나와야 하는데, 나오게 되면 폭염 대피소에 계셔야 하고. 폭염 시기가 되면 겨울보다 후원 물품이 더 필요한데, 그때는 겨울보다 더 들어오지 않거든요. 쪽방에 에어컨이 없다 보니까 낡은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살아야 하는데, 사실 시민들도 여름을 나기 힘들잖아요. 쪽방에 계시는 분들은 다른 곳에서 더위를 피해야 하는데 노숙인이거나 허름한 행색을 하고 있으면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대하잖아요.
얼마 전에 서울의 어느 노숙인 임시보호시설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마자 나가라고 그랬어요. 임시보호시설에서. 그럼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어요? 기관에 계시는 분들의 인식도 이런데 시민들의 인식은 어떻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존재들 인 거죠. 그런데 그분들도 똑같은 시민들이고 세금도 내고, 하지만 거주지가 없어 세대주가 아니므로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아요. 말소상태인 거죠.
Q. 다른 지역에서는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 등 주거정책이 유의미하게 진행이 되고 있나요?
서울은 사회주택들이 많아요. 꼭 비주택자 거주자용은 아니고 복합적으로 여성 노숙인과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분 또는 알코올 중독과 남성 노숙인 묶어서 민간위탁으로 진행하고 있고 또 청년 대상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주택 정책들이 여러 가지 종류로 운영되고 있어요.
주거분야 같은 종류에는 청년주거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거든요. 청년 비중 주거비 지출이 높아요. 어쨌든 제가 청년층에 걸쳐 있는 입장에서 관심이 많아서 보긴 하는데 서울 같은 경우 동자동 쪽방촌이나 영등포 등과 같은 쪽방 부지를 매입해서 임대주택을 만들어요. 쪽방에서 거주하던 청년, 대학생이나 신혼부부들도 들어가실 수 있어요. 아래층에는 공용 공간들도 있어요. 올 초에 발표한 게 대전에도 만들고 있고, 대구는 만든다고는 했지만 아직은 어느 부지에 만들지는 결정이 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서울과 대전 LH에선 부지를 매입하여 만들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전 사실 코로나 19가 확산이 되었을 때 생각했었던 게, 아픈 걸 걱정하는 사회는 좀 비정상적인 사회인 거 같아요.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아플 수 있는데 그걸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떤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 고치지 못한 거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는 자체가 좀 어불성설인 거 같더라고요. 난 아플 권리가 있는데. 만약에 어쩌다 이렇게 얘기하다 걸릴 수도 있는데 걸리게 되더라도 잘 아프고 싶고 잘 치료 받고 싶은 게 우리 국민의 기본권인 거잖아요.
물론 우리가 개인 수칙들을 잘 지켜야 하겠지만, 그걸 왜 다 두려워할까? 이 부분은 기본권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요. 잘 아플 권리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쪽방에 살든 어디에 살든지 간에 공공의료는 동일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는 삼성병원에 입원하고 누구는 대구의료원에 입원하고. 이건 아닌 거잖아요. 어쨌든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공공의료기관들이 좀 많이 개설되고,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