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민주당 진단서 (2) 정책과 전략의 부재–무능력 민주당 /만월봉

09:40

[편집자 주=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에서 단 1석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역주의’ 부활이 언급됐습니다. 뉴스민 독자 중 한 분이 대구 민주당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실명으로 글을 게재할 수 없어 필명으로 뉴스민에 3차례 연재합니다. 관련해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의 글도 환영합니다.]

[기고] 대구 민주당 진단서 (1) 현실인식의 부재–비호감 민주당 /만월봉

#3. 정책비전과 전략의 부재–무능력 민주당

20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합니다. 1812년, 나폴레옹은 약 60만 명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치기 위해 원정군을 꾸립니다. 프랑스 군대는 러시아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를 향해 진군합니다. 비록 모스크바로 향하는 도중 큰 손실을 입었지만, 워낙 대군인지라 응전하는 러시아군을 상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며칠 후 모스크바는 화재로 폐허가 됐고, 이윽고 찾아온 추위는 프랑스군의 사기를 크게 꺾었습니다. 러시아는 항복은커녕 버티기에 들어갔으며, 살을 에는 강추위에 프랑스군은 하나둘씩 쓰러져갔습니다. 결국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쓸쓸히 퇴각을 결심하였으며, 이는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나폴레옹이 패배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나폴레옹은 ‘어쨌든 모스크바만 함락시키면 러시아가 항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비전을 가졌으며, 러시아의 청야전술과 추위에 대응하는 전략이 없었던 것이 큰 패인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많은 병력이 있더라도 확실한 비전을 통해 타당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전쟁을 치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문에 대구 민주당이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함을 먼저 역설한 것입니다.

민주당e데이의 예시를 앞서 들었습니다.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무엇이든 하는 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만큼 보다 치밀하고 제대로 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도 마이너이자 야당이던 시절이었다면 이런 이판사판 전략이 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0년 전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대구시민들이 바라보는 민주당은 ‘마이너리티’인 동시에 ‘집권여당’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때문에 대구시민들은 민주당에 대해 ‘여당으로서의 참신하고 유능한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대구 민주당의 이러한 모습들은 호감과도 거리가 멀지만, 유능함과도 거리가 멉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하려면 더욱 잘해야 합니다. 때문에 대구에서 민주당이 두 배, 세 배 이상 힘든 것입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지난 지방선거 이후, 대구에는 민주당 기초·광역의원이 대거 당선했습니다. 특히, 한 곳의 지역구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 민주당 기초의원 후보가 당선했다는 점은 앞으로 민주당이 지역사회와 밀착한 정치를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당선자 중 극히 몇 명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초선에 정치경력이 적다는 한계를 명확히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 지방의원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시 불던 민주당 바람으로 우연히) 당선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기초광역의원들은 민주당다운 역량과 실력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적어도 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초선 기초의원들이 등원했지만, 이들을 위한 의정지원시스템은 전무한 것이 실상입니다. 의원들이 의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도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조례를 만들고자 하여도 어떠한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5분 발언과 구정질의에서도 지방 행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뿐더러 당 차원에서의 전략적 판단 또한 보이지 않습니다. 30년 일당독점 관료카르텔은 처음에는 당황했을지 몰라도, 이내 초보 의원들을 상대할 적당한 노력을 이미 시도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대구에서의 일당독점 관료카르텔은 더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나아가 오히려 일부 민주당 기초의원들은 지역 사회에서 자질과 능력에 대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H모 의원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성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종국에는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M모 의원은 지역의 기자들과 공무원들을 향한 갑질과 각종 막말을 쏟아내고 있고, 또 다른 H모 의원은 타지역 동료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을 가로채서 발언하는 등 믿음직하고 실력 있는 모습보다는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구 민주당이 이들을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패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면 앞으로라도 문제를 방지할 조치를 마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구 민주당의 조치는 안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구설에 오른 많은 의원들이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H모 의원 제명을 제외하고는 대구 민주당의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칩니다. 더군다나 일부 당직자는 문제가 되는 의원을 비호하는 행태마저 보이는 등 당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은 형국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민주당이 지역에서 비호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타파하기 위해 지역에서 공고한 카르텔을 가진 미통당보다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것이 숙명일 것입니다. 그러나 두 배, 세 배의 노력은커녕 일부 기초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지역 사회에서 민주당에 대한 평판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총선을 앞두고 보여준 대구 민주당의 행태 또한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북구갑과 서구같이 후보자가 없어, 현직 지역위원장을 뒤늦게 겨우겨우 선거에 투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거둔 득표율은 상당히 저조했을뿐더러 선거를 앞두고 기초적인 준비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지역에서 철저히 야당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을 자인하고, 정의당과의 국지적인 공조를 모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슬로건과 공약 또한 지역의 상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역에 출마한 모 후보의 경우 가장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이 ‘상대 후보의 비위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었습니다. 해당 후보의 비위 의혹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슬로건은 지역사회 민생 현안과는 다소 동떨어진 정치적 쟁점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대구지역의 많은 후보들은 선거 공약으로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트램’ 등을 공약에 대거 넣었습니다. 또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에서 높은 비호감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민주당 후보들은 본인의 능력과 비전, 아젠다 등을 선전하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힘’만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앞세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 그 전략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대구경북에서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20조 tk 뉴딜’ 정책을 공약으로 제안했다.

이러한 난맥상에서 대구 민주당의 존재감은 가볍기 그지없었습니다. 총선을 위해 준비한 아젠다라고는 ‘20조 대구 뉴딜’이 전부였으며, 대구시당 차원에서 준비한 지역 맞춤형 공약과 정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선을 준비하는 지역의 후보들은 각자의 개인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으며, 이는 결국 처참한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대구시당 차원에서 선거 패인을 분석하기 위한 토론회나 간담회조차 아직까지도 열린 바가 없습니다. 대구 민주당은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험난한 대구의 정치지형을 뚫어낼 수 있을까요? 대구 민주당은 2년 후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