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숙박업체 경영자들과 IT기업이 손잡고 수수료와 광고비 없는 숙박예약앱 개발에 나섰다. 기존 숙박예약앱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회사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요구 횡포에 시달리던 대한숙박업중앙회 대구지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역 상생형 플랫폼 개발 사례가 될지 눈길을 끈다.
숙박예약앱 시장은 ‘여기 어때’와 ‘야놀자’가 과점하고 있다. 예약앱 운영업체는 할인 쿠폰을 발매하면서 이용자를 모았고, 숙박업체들도 숙박예약앱에 끌려가게 됐다. 수수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할인쿠폰 제공을 당근으로 광고비를 500만 원대까지 올렸다. 숙박예약앱이 발행하는 할인쿠폰은 사실상 숙박업체들이 부담한 광고비에서 나가는 모양새였다.
이 때문에 대한숙박업중앙회 대구지회(대구숙박협회)는 지난해 9월부터 숙박예약앱 ‘야놀자’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경쟁에 반발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지만, 높은 광고비 경쟁 자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숙박예약앱 운영업체는 6개의 숙박업 브랜드를 만들어 상위노출을 선점하고 광고비 경쟁을 부추겼다.
배상재 대구숙박협회 회장은 “광고 공짜, 수수료 5%라서 초창기에 많은 회원들이 동참했다. 그러다가 숙박업하는 분들이 경쟁을 시작했고, 수수료와 광고비도 올랐다. 소비자들은 숙박예약앱 쪽에서 할인해주는 줄 알지만, 광고하면 할인쿠폰을 주는 식이라 사실상 숙박업체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 300만 원 짜리 광고를 하면 80~100만 원 어치 할인쿠폰을 주는 식이다. 광고비에 따라 할인쿠폰 금액도 달라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숙박예약앱에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손희철 씨는 광고비 없는 숙박앱을 직접 구축하기 위해 IT기업 운영자 채지웅 씨를 찾아 앱 개발을 부탁했다. 고심 끝에 채지웅, 손희철 씨는 숙박예약앱 개발을 위한 ‘파인스테이’를 설립하고, 광고비 없는 앱 ‘꿀스테이’ 개발을 시작했다.
‘착한 숙박앱’을 표방한 ‘꿀스테이’는 오는 8월 베타 버전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기존 과점앱의 문제로 지적된 광고 자체를 없앴다. 예약 건당 적용하던 수수료 대신 앱 서버 이용 정액수수료를 책정했다. 정액수수료는 예약 건수에 따라 10만 원, 30만 원, 50만 원으로 요금체계를 단순화했다. 대구숙박협회도 회원들의 참가를 독려했고, 대구지역 숙박업 운영자 100여 명이 벌써 동참했다. 베타 버전 가동 후 공급업체와 이용자의 평가 기간을 거쳐 10월이면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채지웅 파인스테이 대표는 “숙박플랫폼 회사 2곳에 숙박업하는 분들이 끌려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쪽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면 플랫폼 시장도 무너진다. 개발업체와 숙박업체가 상생해야 플랫폼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대구는 코로나19로 숙박업 타격도 가장 큰 곳이다. 상생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구 신천동에서 숙박업을 하는 홍석진(59) 씨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존 앱들의 가격을 낮추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의의가 있는 일”이라며 “광고비 대신 고객 서비스로 경쟁하게 돼서 반갑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의료봉사자들에게 모텔 객실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던 배상재 대구숙박협회 회장은 “우리 회원들과 더불어 플랫폼 업체가 같이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회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