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고 정유엽(17) 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정 씨의 부모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공백 문제를 지적하고 진상조사를 호소했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던 정 씨는 3월 12일 고열 증세로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 이날 정 씨는 병원으로부터 해열제와 항생제 같은 기본적인 처방만 받고 돌아갔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했다. 13일 저녁 정 씨 증세는 더 악화됐고, 병원 측은 영남대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정 씨는 13일 저녁부터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18일 끝내 숨졌다.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정 씨 아버지는 “코로나19 매뉴얼을 준수하고 정부 지침에 따라 행동한 결과 어린 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는 음성으로 판정되어서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병원은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 어떤 사과도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며 “기저질환도 없고, 단순 감기로 시작된 고열과 폐렴으로 젊디젊은 학생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현 상황이 너무 기가 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 서민인 저희로선 국가를 상대로, 거대 병원을 상대로 책임을 묻기엔 너무 힘이 부족하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사후 대책 마련, 병원에서 조치한 모든 의료행위와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한 징상조사, ‘정유엽 법’ 제정을 통한 행정·제도적 대안 마련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경산에서는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대책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엄정애 경산시의원(정의당)은 “정당과 시민단체에 제안을 했고 오늘(21일) 저녁에 첫 모임을 갖는다”며 “현재로선 중앙과 지역 단위 대책위를 만들고 중앙은 진상규명, 지역은 유족을 지원하는 일을 기본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