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생명평화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소정이다.
청년ngo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제천에 있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녔고, 작년 12월에 졸업했다. 6년간 제천에 있었던 터라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기회는 없었다.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와 교육 과정에 영향을 많이 받은 듯싶지만,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임금노동만이 가치 있는 노동으로 언급되며 불평등에 놓여있는 사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노동이 지니는 의미를 고민하고 배우려고 애썼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면서는 채식을 하게 됐고, 기후위기 결석 시위에 함께했다. 학교를 벗어나 있던 시간이 거의 없었고, 경험의 대부분이 교육 과정의 일환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저런 활동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작년 여름, 시민단체 활동가로 있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당시에는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졸업 이후를 떠올리며 막연하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업의 형태가 조금 달라진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졸업하고는 공고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할 만큼 욕심이 있었다.
생평평화아시아는 어떤 단체인가?
=이름 그대로 생명, 평화, 아시아의 세 가지 영역을 핵심 가치로 두고 활동하고 있다. ‘생명, 평화’로는 생명의 소중함, 환경과 생태 파괴를 막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년에 이어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제련소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크고 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리하고, 알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는 아시아 인권과 평화, 그리고 이주노동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진행한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이해하기 위한 평화 여행을 가거나 활동가를 대상으로 필리핀에 있는 아시아 평화 대학과 연계해 활동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이 큰 탓에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연구 형태를 지향하며 주로 자료집과 책을 내고 있다. 사드 반대, 기후위기 대응, 탈핵과 관련한 연대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세 가지의 범위가 넓은 만큼 각 분야에서 진행되었던 활동이 굉장히 많은데, 내가 참여한 건 극히 일부라 아직 단체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느껴가는 과정이다. 단체의 지향점, 방향을 짚어보면 하나하나가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나의 삶과 이어져 있었다. 생명, 평화, 아시아를 아우르며 개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단체분위기는 좀 어떤가?
=너무 좋다! 이제껏 학교를 통하지 않은 외부 사람을 마주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쫄아 있었다. 왠지 나에게 편견을 가질 것만 같았고, 채식과 대학을 가지 않는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까봐 걱정했다.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첫날부터 이상하리만큼 사람도 사무실 공간도 전부 편하게 느껴졌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즐겁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요가도 아주 마음에 든다. 시간은 후딱 흘러가는데, 좋은 일만 겪고 있어서 단체에서 보낸 시간을 쉽게 떨쳐내지 못할 것 같다.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코딱지만큼의 수준으로 포토샵을 다루는 게 다행히도 도움이 되고 있다. 초반에는 단체의 새 리플렛을 디자인했고, 주로 홍보에 필요한 포스터를 만든다. 유튜브를 뒤져가면서 배우고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한 달 전부터는 사무국 내부에서 진행하는 기후위기 공부모임의 발제를 맡아 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컸는데, 단체의 지향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기회로 사무국에서 함께 공부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공부모임 외에도 내가 뭔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마련해주려고 하는 게 무척 감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내가 단체에 막 들어갔던 시기에 ‘생명평화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한 작물은 나누어 가지고, 남은 작물은 팔아서 조금의 돈을 마련하고 뜻 맞는데 사용하거나 활용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다들 초보 농사꾼인 탓에 마냥 수월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밭에 가는 게 그저 재미있다. 사실 새참 먹고 막걸리 마시는 게 제일 재미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는가?
=배우고 공부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의견이랍시고 말하거나 누군가를 설득한 경우가 많았었다. 기승전결이 엉망인 느낌. 정확히 알지 못했고, 그런 미숙함에서 생기는 한계가 컸다. 지금은 단체의 활동을 통해서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들이 생기고, 내 생각에도 앞뒤 맥락을 정리하는 것 같다. 기후위기든, 석포제련소와 관련한 문제든 깊게 알아갈수록 이제껏 느껴왔던 부분과는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도 있다.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순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어진 고민을 한다.
5개월 활동 끝나고 계획이 있는가?
=계획도, 뭘 하고 싶은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주말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이것 외에도 또래의 청년들과 만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에 많이 가보려고 한다. 의제에 대해 자유롭게 나누고 공감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봤다. 활동이 끝나면 여행을 갈까 했지만, 코로나의 여파가 커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잘 쓸지 슬슬 고민해봐야겠다.
청년pre-job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탓에 막막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현장을 겪고 싶었다. 경험이 적어서인지 주위의 많은 정보를 가려내지 못하고 그대로 흡수하는 때가 많았다. 그러는 사이 선입견을 품으면서 섣부른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감을 쌓는 경험이 필요했다. 단체 활동에 진득하게 붙어 겪어본다면 주워들은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나의 언어로 내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것도 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위협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을 풀어나가는 연장선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 단순히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5개월 동안 잘 지내면서, 다양한 인연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