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120일 행정처분을 이행하라는 환경부의 직무이행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경상북도에 조업정지 120일 행정처분을 내리라는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이에 경상북도는 직무이행명령을 취소해달라고 7일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부는 적발 후 행정처분을 요청한지 1년 동안 경북도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입장이고, 경북도는 가능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명령은 직무를 게을리할 때 내려야 하는데 우리는 절차를 밟고 있다. 환경부, 법제처 질의는 끝나고도 환경부와 경북도 의견이 달라 행정협의회에 조정신청을 했다”이라며 “조정신청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명령을 내려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정부 부처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위임사무를 게을리하면 서면으로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불복하면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북도는 환경부로부터 직무이행명령을 받기 전인 4월 16일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협의조정을 신청했다. 행정협의조정위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면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과 장관급 당연직 4명, 민간위촉직 4명, 관련 기관장 및 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최상위급 의결기구다.
환경부와 경상북도 모두 영풍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적정 처리시설 대신 별도의 빗물 저장 이중옹벽조로 유출했다는 것인데, 환경부는 이를 무허가 폐수 배출로 보고 조업정지 처분 대상으로 봤다. 그러나 경상북도는 사업장 밖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 시설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조업정지 처분 대상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특별지도점검을 벌여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의 부적정 운영 등 6가지 위반사항을 적발한 이후 현재 1년 넘게 행정처분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5월 조업정지 120일 행정처분 사전 통보를 한 후 청문 절차를 거쳤다. 이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질의했다. 법제처는 ‘법령 해석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냈고, 경북도는 행정협의회 조정신청에 이르렀다.
대법원이 직무이행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조업정지 처분도 자연스레 연기된다. 대법원 판단 이후 행정협의회 조정 절차 진행 여부도 결정된다.
경북도의 행정처분이 늘어지자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는 오는 18일 오후 2시 경북도청 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행정조치 촉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1970년부터 아연 제련소를 봉화군 석포면에서 가동하고 있는 영풍은 2018년 폐수 유출로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영풍이 경북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경북도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