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화학관 폭발 사고 피해 학생 가족이 경북대가 치료비를 끝까지 책임지라고 호소하자 경북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폭발 사고에 대한 수사를 통해 대학의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간 셈이다. 피해 학생 가족은 치료비가 7억 원을 넘어서자 대학이 치료비 지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6일 오후 1시 화학관 실험실 폭발로 전신 3도 화상 피해 대학원생 아버지·전신 20% 화상 학부생의 어머니가 경북대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북대가 피해 학생 가족에게 치료비 지급 중단을 통보해놓고 여론이 악화되자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동 총장, 이유철 교학부총장 등 책임자가 치료비 중단 통보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향후 치료비 지원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절망을 이겨내고 함께 버틴 피해 학생과 그 가족에게 경북대는 일방적으로 치료비 중단을 통보했다”라며 “이후 학내외 여론에 밀리자 총장과 본부는 지급 중단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그래서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치료비 지불 약정을 체결하라고 하니 그건 또 불가능하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학생을 버렸다는 사실”이라며 “대학이 병원 측과 지불보증을 체결해 치료를 책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전신 3도 화상 피해 대학원생의 아버지인 임덕기 씨는 이날 “생사를 오가는 고통을 대신하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연구실에서 발생 사고에 대해 힘들어하는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학교는 왜 사과하지 않는가. 왜 일방적으로 치료비 중단하겠다고 했나. 힘겹게 버틴 피해 학생 삶의 의지를 떨어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 가족들은 기자회견 후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에 들어갔고, 오후 7시 현재 면담이 진행 중이다.
한편 김 총장은 5일 경북대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치료가 남아있지만 한정된 공적 재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우리 대학의 현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도움을 요청했다”라며 “가능한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경북대학교 대외협력홍보실 관계자는 “최근 추경을 통해 예산 1억 원을 추가 확보해 총 8억 원을 마련했다”라며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 치료비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문제가 없도록 지급 근거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은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책임 문제를 떠나서 지원 방안을 따져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경북대 화학과 실험실 폭발로 학생 4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대학원생의 부상 정도가 심해 현재까지도 입원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대학이 치료비를 모두 책임지는 것으로 알았지만, 경북대는 사고 대처를 위해 기존 편성한 예산 7억 원의 대부분을 쓰자 폭발 사고에 대한 대학 측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부상 학생 치료 비용 전액 부담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을 중심으로 “책임 회피”라는 반발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