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북도의원들이 안동 산불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술을 겸한 만찬 자리를 가진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걱정을 끼쳐 유감스럽다면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였다고 항변했다.
6일 경북도의회 제31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임미애 경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의성군)은 지난 안동 산불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만찬을 가진 이철우 도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다.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다”며 해명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이철우 도지사는 사과하라”는 피켓을 모니터 앞에 내걸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임미애 의원은 “산불 발생 당시 동일 신고만 150건이 접수됐다. 이미 거친 바람이 불고 있었고, 도청에서도 불길이 확인 가능했다. 누구나 산불 확산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이에 대해 아직 지사님은 어떠한 사과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철우 도지사는 “언론 보도만 보면 저라도 화가 날 정도다. 1년에 산불이 100건 정도 나고, 특히 3~4월에 많이 난다. 산불은 시장·군수 책임하에 끄고, 도지사는 피해 규모가 클 때 간다”며 “그날도 (경북도) 산림국장은 현장에 갔고, 불이 꺼질 거로 생각해서 이미 국회의원 당선자와 날을 잡아둔 공식적인 행사를 했다. 다음날 새벽 6시부터 꼬박 이틀 동안 (제가)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도지사가 산불을 진두지휘한 것은 경상북도 생기고 처음이다. 그날 공교롭게도 만찬을 했다. 저 자신은 좀 억울한 면도 있다”며 “마치 불을 다 태우고 만찬을 한 거처럼 비친 거에 대해서는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경상북도가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도 지적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27일 “안동 산불 진화 상황과 관련해 몇몇 언론사에서 도지사의 활동을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 부정확한 보도로 코로나19에 이어 산불과 사투를 벌인 공직자와 경북도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경북도의 입장을 밝힌다”며 해명 자료를 낸 바 있다.
임 의원은 “무엇이 악의적이고,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준 것인가. 보도한 언론인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이 옳은 태도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우리 도에 70개 언론사, 90명 기자가 출입한다. 대부분 수긍하고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도지사는 현장에 가서 불을 계속 껐다”며 “고의로 불을 끄러 안 간 게 아니라, 100번 불이 나도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몇몇 언론이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묻자, 이 도지사는 “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의원은 “언론을 누르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러한 사고는 상당히 문제다. 도민들은 안중에 없는 행동”이라며 “온 도청 직원들이 지사 체면들 세우는데 집중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칭찬은 도민들이 해야 한다”며 도정질문을 마무리했다.
해명을 이어가던 이철우 도지사는 오세혁 의원(미래통합당, 경산시) 도정질문 답변 자리에 나와 “산불 관련 논란을 일으켜 도민 여러분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39분께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임야 약 800ha가 불에 탔다. 이 지사는 오후 3시부터 홍준표 당선인과 만났고, 오후 5시부터 김병욱, 김희국, 정희용 당선인과 만난 후 만찬을 가졌다. 만찬 자리에서 건배 제의 등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