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떠나이소.” 낙선이 확정된 김부겸에게 한 당원이 호소했다. 해석컨대 ‘대구라서 졌다’는 절규다. 김부겸은 “농부는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낙선 소감을 밝혔다. 대구라는 지형만으로 패배를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김부겸은 대구 전체가 아니라 수성구에서 졌다. 대구 전체의 민주당 득표율은 지난 총선보다 올랐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심판한 것이다. 김부겸이 장관직을 맡느라, 혹은 대권의 꿈을 꾸느라 지역구를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 전체에선 특수 상황이 선거에 이용됐다. 타 지역을 압도하는 코로나19 환자의 대량 발생이 그것이다. 경제적 타격은 자영업자의 생활을 붕괴시킬 지경이었다.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이를 현 정부의 무능과 잇는 데 쉽게 성공했다. 시민들에게 정부는 ‘대구광역시’였고, 대구시의 무능함은 피부에 닿게 명료했다.
저소득층 생존자금 지원 문제가 대표적이다. 소득분위에 따른 지원금은 4인 가족 기준 80만 원 정도를 선거 전 수령한 사례가 있는 반면, 생존자금은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된다.”는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대구시 소상공인지원센터는 터져나갔고, 지원금은 동났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넘어간 자영업자도 많다. 은행에서의 안내도 부실했다. 상당한 금액의 대출이 이뤄졌지만 못 받는 사람은 현재까지도 많다. 시장은 질의에 실신했다.
시민들에겐 무능한 행정을 대신할 도움이 필요했다. 민주당의 직접적인 행동만이 통합당의 주장을 반증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만큼은 민주당이 야당이기에 더욱 그랬다. 정책선거, 지역감정의 해소, 대구의 변화라는 이상적 가치를 이번만은 뒤로 미뤘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후보들은 소독제 통을 메고 거리를 소독했다. 대구시당은 대구시에 대한 ‘요구’나 ‘촉구’를 보도자료로 뿌렸을 뿐이다. 선거 유세는 변화 촉구와 발전의 반복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수술복 쇼맨십’조차 따라가는 후보가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졌다.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은 국정 전문가 집단이다. 비상사태였다. 코로나19 사태 지원책과 지원기준을 정리해 들고 거리로 나섰다면 좋았을 것이다. 명함은 손에서 버렸어야 했다. 천막이라도 치고, 인터넷을 통한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직접 도와야 했다.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함께 울어야 했다. ‘더불어’ 민주당 아닌가.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이런 도움은 언제나 가능했다. 대구 군사공항 항공기 소음의 피해보상 과정에서 진짜 문제는 변호사와 시민들의 갈등이었다. 변호사의 전횡을 포착해 보상을 직접 신청할 여지를 마련한 데에 민주당의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구의 시민들은 어려울 때 민주당을 찾지 않는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앞서 행동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시민을 도와야 한다.
4월 초 한 벚꽃길 어귀에서, 미래 통합당 후보는 소리쳤다. “코로나 초동대처 실패로 경제를 몰락시킨 문재인 정권을 심판합시다.” 민주당 후보의 소리도 들렸다. “여러분 대구가 변화해야 합니다. 이제는 지역감정을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정치 세력도 지역감정만으로 영원히 승리할 수는 없다. 영원한 핑계거리가 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