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오오극장에서 ‘전태일 시민문화제 평가를 위한 집담회-전태일, 미래의 기억’이 열렸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지난 11월 열흘간 토론회, 집담회, 전태일 발자취 답사, 시민문화제 등을 열었다.
권상구 시간과연구소 이사는 “서울에서 전태일기념사업회가 하는 공식 기념사업이 있는데, 지금 왜 다시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려는 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며 “(대구에서) 전태일 삶의 궤적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는 것, 오늘도 전태일의 조건에 있는 사람들, 온몸 불사지르며 도전하는 청년을 찾는 등 ‘전태일’을 사회적으로 찾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과 관련한 장자상속권에 비춰봤다. 아마도 종교계와 노동계가 장자상속권을 가진 듯한데, 전태일을 다시 해석하고 기억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 권리는?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훈 민주노총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 당선자는 “민주노총에서도 매년 전태일 열사 문화제를 하고 있지만, 시민문화제와 성격이 다를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찾으면서 열사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고, 시민사회는 노동영역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그만 차이 때문에 영역을 나누지 말고,?서로 조건과 처지를 이해하면서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영 공동추진위원장은 “대구에서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며 “다만 청년들이 이 소식을 잘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장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를 해석하는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보다 부드럽고 간접적으로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청년 비정규직 모임을 만들어 우리의 권리에 대해 공부하려고 한다. 개인주의에 익숙한 우리 세대는 자신의 가장 이기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할 때?전태일 열사가 우리 이름을 호명하는 건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59개월 된 우리 아이가 전태일이 누구냐고 물어본다. 내가 아는 수준에서 대답을 해줬는데 한 문단도 안 만들어지더라”며 “아이부터 연세 많은 분들까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석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도 “전태일 정신을 너무 노동자에만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제도에 의해 착취당하고 핍박받는 모든 사람에게로 넓혀져야 한다. 그 정신만큼은 넓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는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한편,?‘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5주기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지난 11월 결성됐다. 270여 명의 시민과 단체가 추진위원으로 참여했고, 오규섭(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노태맹(<뉴스민> 대표), 정중규(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허은영 씨가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관련기사 😕전태일대구시민문화제 연다,?고향 대구에 세워진 전태일 공원,?전태일 공원 선언 장소, 생가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