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경북대학교 실험실 폭발로 중상(전신화상)을 입은 학생 치료비가 수억 원대를 넘어서자 치료비 분담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대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지기로 하면서 다친 학생 가족은 대학 측이 태도를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학교에 따르면, 당시 사고로 대학원생 A 씨 등 학생 4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2명이 여전히 입원 치료 중이다.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인 A 씨는 한때 위독했으나 현재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화상 정도가 심해 지속적인 치료와 수술이 필요하다.
A 씨 가족은 당초 치료비를 대학이 책임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경북대는 폭발 사고 대처를 위해 예비비 5억, 본예산 2억 총 7억 원을 편성해 뒀지만, 현재 편성된 예산 대부분을 썼다. 경북대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서 폭발 사건에 대한 대학 측 과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경북대는 사고를 대비해 연구실안전관리보험과 교육시설재난보험에 가입했지만, 연구실안전관리보험은 한도액이 5천만 원이며, 교육시설재난보험은 호프만 계산법에 따라 보상액이 산출되고 무한 보상이 되는 보험은 아니다. 경북대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보험 보상금을 산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A 씨의 치료 비용 전액 부담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치료 비용 문제와 별도로 사고 책임 규명도 과제다. 폭발 당시 언론에서는 폐화학물질 정리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아직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실안전환경조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연구 주체의 장은 연구 활동 종사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의무가 있으며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 지켜야 할 규정도 있다.
경북대는 사고 당시 지도 교수는 없었고 화학물질 관리 매뉴얼도 마련해 둔 것으로 파악하지만, 이 부분 과실 여부 또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 북부경찰서는 해당 사건에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A 씨 가족은 당초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경북대 측이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A 씨 가족은 “4월 1일 학과에서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경북대는 병원에도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라며 “지금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면 사망하거나 치료 결과가 나쁠 것이다. 우리는 아이보고 죽으라는 얘기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을 버린 것이다. 개인 실험도 아니고 폐기물을 정리하다가 사고가 난 거다. 경북대는 다음에 다른 사고가 나도 책임을 안 질 건가”라며 “보상 문제는 꺼낸 적도 없는데 지금 치료비마저 부담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기업도 이러지 않는데 국립대가 이럴 수 있나”라고 분통을 토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부모님 입장을 이해한다.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책임져야 할 부분은 모두 질 것”이라며 “처음부터 치료비를 무한정 지급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먼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