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경북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나올까. 포항남구·울릉은 공표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허대만 민주당 후보와 김병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 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이래 단 한 차례도 민주당 계열 인사가 당선된 적이 없다. 무소속으로 권오태, 허화평, 박태준 전 의원이 당선된 적은 있지만, 이들 모두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민주공화당 등 미래통합당 전신 정당과 관련된 인물이다.
이번이 8번째 공직선거 도전인 허대만 후보는 1995년 무소속으로 포항시의원, 1998년 자민련 후보로 경북도의원에 출마한 것 외에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포항시장 후보로 득표율 42.41%를 기록했다.
포항 시민들은 꾸준한 도전과 지역 활동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13일 포항시 연일읍에서 만난 자영업자 부부(홍모 씨·71, 박모 씨·66)는 통합당을 지지하면서도 이번 총선에서는 허대만 후보를 선택할 거라고 했다.
통합당계 정당 외 다른 후보를 찍은 적 없는 이 노부부의 마음을 돌린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었다. 통합당이 텃밭 민심만 믿고 제대로 된 공천을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이번에는 당을 바꿀 겁니다. MB때 이상득 의원이 포스코를 다 말아먹어서 살기가 힘듭니다. MB가 고향 흥해에 뭐 해놓은 게 있습니까? 형제간에 포항 잘 발전 시켜야 하는데 된 게 없어요. 분노스럽습니다. 이번에 박명재를 공천했으면 지지했을 건데, 당도 텃밭 믿고 이렇게 공천하면 안 됩니다. 김병욱 후보는 나이도 어리고, 포항을 모릅니다. 허대만은 당이 아쉬운데, 사람은 좋습니다. 한번 바꿔보고 싶습니다.”(상인 박 씨)
“박승호 전 시장이라도 공천했으면 모르겠는데, 그쪽은 무소속이라 가능성이 없어요. (김병욱 후보가) 포항이 썩은 땅이라고 한 것도 문제고. 허대만은 당이 잘못된 거지 사람은 안 밉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죠. 문재인 정부 좋게 평가 안 하지만 허대만은 사람이 좋습니다.”(상인 홍 씨)
통합당 공천에 불만에도 김병욱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기 때문에, 다른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다. 13일 오후 3시 30분 포항시 남구 효곡동 철길 숲에서 열린 김병욱 후보 유세장에 나온 자영업자 박모(56, 연일읍) 씨가 그렇다. 박 씨는 경제 정책은 국회의원 한 사람이 좌우할 수 없기 때문에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시장경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후보자 정책은 잘 모르지만, 정당이 중요합니다. 국회의원 하나로 바뀌는 건 없고 정권을 바꿔야 해요. 지금은 전체주의 경제입니다. 우방인 미국과 일본은 멀리하고 중국과 김정은만 바라봅니다. 공천에 불만은 많지만, 일단 정권을 심판하고 되찾아와야 합니다” (자영업자 박 씨)
통합당은 반문재인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지지자 중 이탈표를 막기 위한 전략이다. 13일 김 후보 유세에 참여한 김정재 포항북구 후보,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외쳤다.
김병욱 후보 연설에 환호한 60대 여성 이모 씨는 “문재인 정부가 뭘 잘했나. 중국 안 막아서 코로나 심각해졌다. 대처는 의료진과 국민이 잘 한 것”이라며 “이 정부 아래서 포스코도 계속 힘들다. 포항시가 잘 되려면 포스코도 잘 돼야 한다. 젊은 후보가 소신 있게 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세장 주변에서 산책하던 포스코 정년퇴직자 김모(81, 대이동) 씨는 “국회 부의장까지 한 이상득이 돈 받아먹은 거 봐라. 여기는 그런 사람 뽑는 동네다. 한번 바꿔야 한다”라며 “다른 공사 다 놔둬도 포스코는 정부가 대대로 주무른다. 근로자 복지 문제도 정부 눈치를 봐야 했다. 이런 것에도 할 말은 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후보 없는 남·울릉, 정의당 지지자 표는?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허대만 후보는 포항시청 앞에서 유세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유세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민주당에 비판적인 정의당 지지자도 참석했다. 오천읍 주민 최모(50, 일용직 노동자), 신모(46) 씨 부부는 허 후보 공약 중 노동·서민 관련 공약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전해지는 지역 정서가 있는 데다, 기성 정치인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와서 지금까지 당이 공천만 하면 당선되는 곳이 됐다. 포항을 알지 못하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나. 노동, 서민 공약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20년 동안 사람을 지켜본 결과 노동자를 무시할 사람은 아닐 거란 믿음이 있다. SRF 문제 해법이 현실적이라 가장 공감한다.”(최 씨)
“낙하산 공천한 후보와 20년 넘게 지켜본 허대만 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나. 통합당 지지자 중에서도 허대만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 사람을 보는 거다. SRF 문제 해법에서도 허대만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허대만은 다른 지역과 사전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한다. 김병욱 후보의 공약은 실현 가능한 게 아니다.”(신모 씨)
한편 최근 여론조사 2개를 살펴보면 포항 남·울릉 지역 후보 지지도 격차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포항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이달 6∼7일에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김병욱 36%, 허대만 31.4%, 무소속 박승호 11.1%로 나타났다. <영남일보>, <KBS대구>, <대구CBS>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7일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에서는 김병욱 53.2%, 허대만 30.1%, 박승호 12.6%였다.
앞선 조사에서 김·허 후보간 격차는 4.6%, 다음 조사에서는 23.1% 지지율 차이가 나타났다.
<포항MBC> 여론조사는 표본 규모 505명에 무선 ARS(자동응답조사) 50%, 유선전화면접 40%, 무선전화면접 10%였고, <영남일보> 등 여론조사는 표본 규모 518명에 무선·휴대전화 ARS 79.5%, 유선전화 ARS 20.5%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