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달서구청장’ 사퇴로 본 대구지방자치의 민낯

“지방자치 선출직을 높은 자리 위한 징검다리로만 여겨 사퇴자도 문제지만, 구청장 후보 없는 야당 문제도 있어”

16:17

대구에 지방자치는 언제쯤 안착할까. 지난 12월 4일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현직에서 사퇴했다. 공석이 된 달서구청장 자리는 내년 총선과 함께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현역 시의원의 출마선언이 이어지면서 공천 결과에 따라 연쇄적인 보궐선거 가능성도 생겼다. 선출직 공무원을 뽑아준 유권자 의사는 무효가 됐고, 보궐선거비용도 오롯이 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달서구청

청장 사퇴 이후 현역 시의원 연쇄 출마 선언
지난 지방선거 구청장 선거비용 보전액?2억5천3백만 원
선거 관리비용에 후보 많으면 비용 더 늘어나
구청장 보궐선거 예산은 모두 달서구 부담

내리 3선한 곽대훈(새누리당) 전 청장은 사퇴 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달서구 갑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곽 전 청장은 새누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치단체장 중도 사퇴자에 대한 감점 부여도 감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출마 이유로 “자치단체장의 한계와 지역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자 공석이 된 달서구청장 출마 선언자들이 잇따랐다. 달서구는 61만 명이 거주해 대구에서 가장 큰 자치단체다. 지난 6일 박상태(새누리당) 의원, 22일 김원구(새누리당) 의원이 달서구청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모두 현역 재선 시의원이다.

이어 23일 도영환(새누리당) 전 달서구의회 의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그나마 도영환 전 의장은 현역 구의원이 아니다. 그는 “이러한 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해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상된 상황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23일 정의당 대구시당(상임위원장 이영재)도 논평을 내고 “총선을 위한 땜질선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이제 겨우 1년 반의 임기를 보낸 이들이 자리 업그레이드를 위해 앞 다투어 달려 나가는 게 흡사 자리욕심에 눈 먼 승냥이떼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며 “말로만 대구, 말로만 주민 행복,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에 대해 대구 시민들이 준엄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새정치민주연합) 달서구의원은 “선거법상 (달서구청장) 공천 결정 전 시의원 사퇴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구청장이 사퇴한 부분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며 “아무래도 보궐선거까지 치러지면 예산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선거 구청장 선거보전비용 한도액은 2억5천3백만 원이다. 또, 인쇄물 제작과 선거관리, 선거명부 작성, 관련 공무원 배치 등의 비용이 늘어난다. 후보가 늘어나면 날수록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혈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비용은 모두 달서구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만약 현역 시의원·구의원이 공천을 받고 현직에서 사퇴하면 연쇄적인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지방자치 선출직을 높은 자리 위한 징검다리로만 여겨
사퇴자도 문제지만, 구청장 후보 없는 야당 문제도 있어”

기초단체장 사퇴로 인한 행정공백과 보궐선거비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여당 내에서도 공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 9월 발표한 혁신안에서 임기의 3/4 이상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10%를 ‘감산’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선출직 공무원 사퇴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출직 사퇴자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대구지역의 기이한 정치 구조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은 “지방자치 선출직을 우습게 보고, 더 높은 자리를 위한 징검다리로만 생각하는 탓”이라며 “피선거권 문제가 있어 원천적인 봉쇄는 어렵지만, 적절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지혁 정책부장은 “사퇴한 공직자 정당 책임 문제가 나온다. 하지만 대구지역은 사퇴해도 보궐선거에 정당이 영향을 안 받는다”며 “사퇴하면 다른 정당에서 준비된 구청장 후보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에서는 아무도 거론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야당의 역할 문제를 지적했다.

앞에서 공식 출마를 밝힌 이들 외에도 구청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모두 여당 쪽 후보다.

야당에서도 활발한 활동과 행정 경험을 통해 여당과 경합할만한 공직 후보자가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야당이 기초의회 진입은 대거 늘어, 현재 대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14명, 정의당 3명의 기초의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방자치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