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의 봉화군 석포 아연제련소는 1970년에 설립된 후 지난 50년 동안 대규모로 가동되고 있다. 제련소 인근 산에서는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고, 주변 토양 역시 아연(Zn)과 카드뮴(Cd), 납(Pb) 등 중금속으로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안동댐에서도 공업용수 기준치의 최대 110배의 카드뮴이 검출되는 등 여러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며 석포제련소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자는 과학기술자의 관점에서 석포 아연제련소의 공정과 주변 환경오염 문제 사이의 관계를 조사해보고자 한다.
주원료인 아연정광(亞鉛精鑛)
아연(Zn)은 철, 알루미늄, 구리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금속이며, 철강, 자동차, 전기, 건설 산업 등에 기초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시장 기준 아연의 약 70%는 아연광산에서 채굴을 통해 생산하며, 나머지는 2차 아연의 재활용을 통해 생산한다. 아연광산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으며, 주요 아연광산은 중국, 호주, 페루 등에 있다. 세계적으로 신규 아연의 95%는 황 함유 광상으로부터 채굴되는데, 황화아연(ZnS)이 주성분이며, 구리, 카드뮴(Cd), 납 등 다른 금속들의 황화물이 함께 존재한다. 아연 광석에는 카드뮴이 불순물로 0.2~0.4% 포함되어 있다.
아연제련소의 주원료인 아연정광은 광산에서 캐내는 아연광석을 미세하게 분쇄하여 선별작업(부유선광)을 거쳐 암석덩어리를 가려내고, 아연 함량을 50~60% 정도로 높인 광석을 말한다. 석포 아연제련소는 분말 형태의 아연정광을 호주, 페루, 미국 등지에서 대부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해외로부터 동해항까지 선박으로 수입된 아연정광은 철도 또는 차량을 이용하여 석포 아연제련소까지 운반되고 있다. 석포 아연제련소가 사용한 아연정광 원료량은 2010년~2014년 기준 연평균 66만4천 톤이었다. 봉화에 있는 (주)성안자원으로부터도 아연정광을 월700톤 정도 구매하지만, 약1% 수준의 매우 적은 양이다.
아연제련소의 주요 공정
석포 아연제련소의 주요 공정을 3단계로 간략히 구분해본다.
① 배소(焙燒)공정: 고온 배소로에서 아연정광을 가열하여 황화아연(ZnS)를 녹여서 산화아연(ZnO)을 만드는 공정이다.
② 정액(淨液)공정: 아연 제련 전후 불순물(카드뮴, 납, 구리 등)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③ 제련(製鍊)공정: 전해 조업과 전기 분해를 통하여 아연을 회수하는 공정이다.
대기오염과 아황산가스
주원료인 아연정광 속의 황화아연(ZnS)는 고온 배소로에서 배소되어 산화아연(ZnO)으로 변환되는데, 이때 유독성 아황산가스(이산화황 SO2)가 발생한다. 배소공정의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2ZnS + 3O2 → 2ZnO + 2SO2). 아황산가스는 색깔이 없고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기체이며, 공업적으로 황을 태우거나 아연 제련소처럼 황을 포함한 금속화합물을 가열할 때 발생한다.
아황산가스(SO2)는 아연제련소에서 필요한 황산(H2SO4)의 생산에 이용된다. 전해 조업에서는 황산을 이용하여 농축된 광석으로부터 아연을 걸러내며,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ZnO + H2SO4 → ZnSO4 + H2O). 마지막으로, 전기분해하여 아연으로 환원시키며,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2ZnSO4 + 2H2O → 2Zn + 2H2SO4 + O2). 황산은 재생되며 여과단계에서 재활용되거나 제품으로 판매된다.
2019년 6월 11일자 <MBC> PD수첩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서 많은 고사목들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고사목들은 제련소 배소공정에서 설비의 노후화나 결함으로 인한 아황산가스가 대기 중으로 누출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고온 배소로 내부의 이물질 제거 등의 관리는 하청업체가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의 국내 대기환경기준은 연평균 0.02 ppm 이하이다. 1991년 7월 23자 대법원 판례(89다카1275)에서도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아황산가스)의 농도가 환경보전법 허용 기준치 이내라 하더라도 그 유해의 정도가 통상의 수인 한도를 넘어 인근 농장의 관상수를 고사시키는 원인이 된 대기오염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대기오염 문제는 배소공정에서 아황산가스의 누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질 및 토양오염과 카드뮴
일반적으로 아연 광석에는 유해한 중금속인 카드뮴이 불순물로 0.2~0.4% 포함되어 있다. 카드뮴은 별도의 카드뮴 광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아연 제련의 부산물에서 얻어진다. 석포제련소의 2014년도 주요제품은 아연, 황산, 황산동, 카드뮴, 슬래그(slag)이었다. 연간 35만3천톤의 아연과 66만8천톤의 황산과 17만4천톤의 슬래그를 생산되었으며, 부산물에서 연간 1,368톤의 카드뮴을 회수되었다. 이는 아연을 1톤 생산할 때, 부산물에서 카드뮴을 3.9kg 회수해 왔다는 아주 중요한 증거이다.
그러나 (주)영풍은 2017년 11월 석포제련소에 귀금속공장을 준공하면서, 지난 10개월 전인 2019년 6월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였다. 석포제련소의 2019년도 주요제품은 카드뮴과 슬래그는 사라지고, 아연, 황산, 황산동, 전기동, 은(Ag) 부산물로 변경됐다. 연간 33만6천 톤의 아연과 71만 톤의 황산을 생산되었으며, 2만6천톤의 은(Ag) 부산물도 추가로 생산됐다.
석포제련소는 아연정광에서 아연 추출 후 남은 정광에서 추가로 은 부산물을 회수하는 설비(Zinc Fumer)를 가동 중에 있으며, 납이 함유된 은 부산물을 회수하여 계열회사인 고려아연에 판매하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은 부산물을 회수하고 남는 cake는 하청업체로 반출되며, 슬래그 미분말 형태로 만들어 레미콘사 등에 판매되고 있다. 아연제련 부산물로 제조된 슬래그 분말에는 유독성 중금속이 잔존할 수 있으므로, 주거용 재료로는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아연제련소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카드뮴은 식품이나 오염된 물을 통해 인체 내로 들어오고, 간과 신장에 장시간 축적되어 이들 기관의 손상을 초래한다. 또한, 일본에서도 1960년대 아연제련소 하류 주민들이 피해를 보았던 이타이이타이병은 카드뮴이 뼈 속의 칼슘 성분을 빼내기 때문에 뼈가 약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골절이 일어나는 아주 심각한 질병이다.
필자는 2019년 6월 이후 석포 아연제련소의 카드뮴 공장 폐쇄로 아연제련의 부산물에서 연간 1,300톤 이상의 카드뮴이 회수되지 않고 슬래그나 침전저류조에 방치되고 있다면, 더욱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2020년 1월 16일부터 김용균법 시행으로 아연제련 부산물에서 카드뮴 회수를 하청업체에 외주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칼럼이 게제된 직 후, (주)영풍은 카드뮴이 들어있는 부산물은 계열사인 고려아연으로 전량 보내 처리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고려아연에서는 카드뮴 공장을 증설하고 있어서 그것을 통해 카드뮴을 처리하기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하였다.
석포제련소는 2019년 6월 이전까지 수십년 동안 카드뮴 재처리 설비를 가동해왔었다. 카드뮴의 공업용수 기준치는 0.02mg/L 이하이다. 환경부가 운영 중인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는 상류와 비교하여 석포제련소 2공장 구간에서 공업용수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최대 110배의 카드뮴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2019년 11월 21일자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아연제련소에서는 아연을 생산하면서 카드뮴을 회수하더라도 100% 회수가 안되기 때문에, 아연제련 중 발생하는 폐기물 속에는 아연과 카드뮴 등이 항상 잔존한다.
또한, 필자는 석포 아연제련소의 뒤편 언덕에 있는 침전저류조에 주목하고자 한다. 1997년 4월 30일자 <KBS> 9시 뉴스에 따르면, 제련소는 카드뮴 등이 함유된 유독성 폐기물을 전문 독성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땅속 15m 깊이 웅덩이 상태의 저장시설을 만들어 45만톤을 야적해놓은 채 20년 동안 방치해 오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당시 대구환경관리청은 2004년까지 이를 치우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2019년 6월 11일자 <MBC> PD수첩의 영상과 비교해 보면, 아연제련 중에 발생하는 유독성 폐기물은 그 자리에 계속 야적된 것으로 관찰되며, 주위 공장보다도 높은 3단 피라미드형 커다란 동산을 이루고 있다. 동산의 상층부에는 유독성 폐기물이 계속 야적되고 있음이 관찰된다.
석포 아연제련소의 침전저류조에 형성된 폐기물 동산의 바로 옆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폐기물을 야적한 동산의 밑바닥에 물막이벽이나 차단방수막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엄청나게 무거운 하중으로 인하여 균열이나 찢어짐이 발생했을 것이며, 빗물과 함께 카드뮴 등 중금속들이 지하수나 낙동강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 제련소 인근의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의 중요한 원인이 되리라 판단된다. 만약, 지진이나 전쟁 등 재난 시 폐기물 동산이 붕괴되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간다면, 낙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현 단계 카드뮴 등 중금속이 잔존하는 폐기물 동산의 철거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