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얼지마, 죽지마
꽝꽝 언 몸으로 밤을 새워야 비로소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길고 긴 밤을 걸치지 않고서야
나는, 살아남을 재주가 없다
옷깃을 여미며 쏟아지는 눈발 속으로
걸어가는 무표정한 뒷모습이야말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뼛속으로 스며드는 오한과 저체온의 밤
나는, 얼어붙은 결빙의 시간을 몸에 새기며
살아가는 일의 순서와 방법을 시작하는
일상의 커다란 아침을 기다린다
비록
돌아가야 할 곳의 하늘 아래
실패한 생의 전범으로 낙인찍혀
쫓기고 도망치던 모습으로 발견되더라도
파랗게 질린 입술과
쭈그려 앉아 피우던 담배꽁초와 함께
일그러진 얼굴로 암매장당하더라도
이곳 저곳 떠돌아다닌 내 몸이 기억하는
세상을 증언하기 위해
나는
-2015,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추모제에 부쳐 신경현
*12월 22일 대구 2.28공원에서 열린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추모제에서 낭송한 시를 신경현 시인 동의를 얻어 <뉴스민>에 싣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