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 르포-수성구갑] 신매시장 매치···‘친숙한 김부겸’과 ‘밉지만 주호영’

부친과 함께 나선 김부겸, “아버님도 오셨네예” 아는 척하는 상인들
“주호영 때문에 문재인이 됐지” 이죽댄 주민은, “그래도 찍어야”

19:19

4.15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전국적 관심지 수성구갑 선거구 출마자들은 오전 범어네거리 출근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고, 오후에는 장이 선 신매시장으로 모여들었다.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김부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친숙함으로 시장 상인들과 만남을 이어갔고, 지역구를 옮겨온 주호영 의원(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3시부터 신매시장 앞 신매초등학교네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선거운동원으로 북적였다. 신매초등학교네거리는 선거운동이 개시되면 수성구갑 지역에서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선거운동 코스 중 한 곳이다. 특히 장이 서는 목요일은 인근 주민으로 붐벼서 후보자들이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신매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한 김부겸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수고하십니다. 우리 아버지도 같이 왔는데” 먼저 유세를 시작한 건 김부겸 의원 측이다. 김 의원은 천마타운아파트 방면 모퉁이에 유세차를 세워놓고 연설을 마친 후 신매시장으로 들어가 시민들을 만났다. 그의 아버지 김영룡(82) 씨도 오전 출정식부터 함께했다.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포함해 40분 남짓 시장에 머물며 상인, 시민들을 만났다. 손님이 많은 반찬가게에선 “여긴 장사가 잘되는 곳이다”고 인사를 건네고, 어묵집 앞에선 “여기 오뎅을 먹고 가야 하는데”하고 아쉬움을 표했다. 상인들은 “의원님도 잘되실 것”이라거나 “화이팅”이라고 화답했다.

김 의원이 “여긴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고 인사한 반찬가게 앞에선 자신을 찍겠다고 하는 윤천식(50) 씨도 만났다. 윤 씨는 김 의원에게 “찍으려고 하고 있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윤 씨는 “그동안 잘해왔고, 여론도 좋다”며 “행정안전부 장관 하실 때 국민들 아픈 곳을 찾아봐 주시고 긁어줬다.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찾아다니면서 하는 걸 많이 봤다”고 평했다.

▲김부겸 의원이 신매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장 상인들 중에선 김 의원의 부친을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5) 씨는 “아버님도 오셨네예”라고 먼저 아는 체를 했다. 김 의원과 주먹 인사를 나눈 최 씨는 “아버님도 잘 아는 것 같다”는 물음에 “저번에 한 번 뵈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 씨의 부인은 “딱 닮으시지 않았나. 행동도 비슷하시더라”고 말을 보탰다.

최 씨는 “지역구 의원이시기도 하지만 평소 존경한다”며 “선거 분위기가 아직 조용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지지하는 정당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매스컴을 통해 젊은층도 접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젊어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김 의원 지지층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선거를 전망했다.

오후 4시부턴 주호영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 측 유세차가 빠진 자리에 주 의원의 유세차가 자리 잡았다. 차량에 오른 주 의원은 목소리 높여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김 의원이 장관을 하며 직언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체로 관전하는 분위기였던 김 의원 연설과 달리 주 의원의 연설에는 지청구를 넣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신매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한 주호영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지동에 사는 60대 후반 여성 하모 씨는 주 의원이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해 발사체를 쏘아 재끼는데, 준비도 안 하는 이런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하자, 옆에 있던 친박신당 운동원에게 “주호영 때문에 문재인이 됐지”라고 한마디 뱉었다.

주 의원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다는 물음에 하 씨는 “아이고, 밉지만 우야겠노. 다른 당 가지고 이겨내겠나. 밉지만 찍어줘야지”라며 “주호영이 얼마나 미운데 우리는. 아무 죄 없는 사람을 탄핵하고”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주 의원에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하 씨는 “그래도 우야겠노, 지지 안 하면 안 되는데. 그러면 우리 못살아요. 민주당 봐라. 돈 막 풀어가 막 쓰잖아. 그러고 세금 막 거두잖아”라고 덧붙였다.

노변동에 산다는 81세 남성 전모 씨는 주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수성을로 가라!”고 소리쳤다. 그는 “코로나 대처를 정부에서 잘못했다고 하잖아. 세계에서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라며 “사람은 바른말을 해야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전 씨는 주 의원 발언을 비판하긴 했지만 아직 선거에서 지지할 후보는 선택하진 못했다. 그는 “당은 정의당에 표를 줄 거다”면서도 “후보는 아직 못 정했다. 김부겸은 원만하고 야당에도 거부감은 없지만 비주류”라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이 신매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 씨 처럼 선택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사람은 더 있다. 연설을 마친 주 의원이 시장 초입에서 명함을 나누며 인사를 나눌 때 50세 여성 임 씨는 사진을 청했다. 시지동에 산다는 그는 20대 때 투표에 참여한 후 지금껏 투표를 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약 30년 만에 다시 투표장에 나갈 생각이다.

임 씨는 “아버지가 군인이기도 하셔서 항상 한 정당만 지지하며 살았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에 생각이 조금 변화가 됐다”며 “이전까진 부모님 말씀이 맞는가 보다 하고 살았는데, 최순실 사건 이후 머리에 충격이 왔다. 잘 모르지만 매일 공부하면서 누굴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약 10여 분 시장 초입에서 명함을 나누며 시민들을 만나다가 시장 안으론 들어서진 않은 채 발을 돌렸다. 주 의원은 달구벌대로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걸으며 다시 명함을 나누다가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시지동 주민인 김모(80, 남) 씨는 주 의원이 차량에 오른 후에야 그를 발견했다. 그는 한 손으론 자전거를 잡고 한 손을 흔들어 주 의원에게 인사했다.

김 씨는 “똑똑하잖아, 야당 국회의원 중 참 괜찮다. 당에서 김부겸이 세니까 여기 갖다 붙인 거다. 공천을 잘한 것”이라며 “대구는 어차피 야당(미래통합당) 도시잖아. 전라도, 경상도 패가 갈리는데, 야당을 선택하는 거지. 전라도 가봐요. 사람 취급 안 해주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