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동인동 한 재개발 지역에 강제철거가 진행되며 인근 지역 주민, 철거민, 철거인력 등 시민 다수가 모였다. 대구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회 시 형사고발 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다수 시민이 모이는 강제철거는 방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30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는 대구시 중구 동인동 동인3-1지구 재개발사업 현장 명도집행에 나섰다. 이날 철거 중인 건물은 지상 5층 규모 상가건물로, 옥상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등 철거민들이 망루를 짓고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들은 출입문을 철거하려는 지게차에 유리병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분사했다.
철거 건물 진입로는 법원 집행관·용역 업체 직원이 통제했지만, 인근 주민, 철거민 등이 모여 다툼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일부 주민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철거에 항의했다. 오후 1시 30분 현재도 철거가 진행 중이지만, 전철연 등 반발로 집행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주성남(71) 씨는 “옆 건물 건물주인데 강제철거됐다. 아파트 짓는 걸 동의한 적 없다. 갈 곳이 없다. 공사 중단하고 협상해야 한다”며 “대구시가 코로나 때문에 행사도 못 하게 하더니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법이 있나 없나”라고 말했다.
철거 대상 건물에는 현재 정확히 몇 명의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되진 않는다. 경찰은 10여 명이 있는 걸로 확인하고 있고, 육안으로 확인되는 인원은 7~8명이다. 하지만 건물 내에 있는 철거민은 40여 명이 있다고 말한다.
경찰·중구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명도 집행이 진행 중인 건물의 건물주와 재개발 조합이 보상금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고, 결국 명도소송까지 진행돼 현재 해당 건물은 재개발 조합 측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중구청에 따르면, 건물 철거 후 지하 2층~지상 23층, 6개동, 공동주택 630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 내에 있는 한 철거민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어제부터 철거 조짐이 있어서 새벽부터 모여서 안에 40여 명이 있다”며 “건물주는 돈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주할 수 있는 대안을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철거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 내 집회에 즉각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을 밝히고도 대구시가 정작 감염 우려가 큰 강제 철거는 방조한다는 지적이다.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선교위원회(대구NCC) , 인권운동연대 등 15개 단체는 30일 “철거 현장에 용역과 경찰 수백 명이 동원돼 강제철거를 하고 있다. 대구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 시위의 권리는 개인의 기본권으로, 코로나19에 일부 권리를 제한할 수 있지만 권리 자체를 원천 봉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