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 르포-수성을] 이상식, “문재인vs홍준표는 이미 승부 나···승리 자신”

2년 전부터 쓰던 프로필 사진 효과 톡톡
“내가 박힌 돌, 주민들이 평가해줄 것”
“중도·온건 보수 외연 확장 자신”

11:16

[편집자 주] 대구 수성구을 선거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로 전국적인 관심 선거구가 됐다. <뉴스민>은 홍준표 전 대표 뿐 아니라 이곳에 출마하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와 동행 취재한 기사를 순차적으로 연재한다.

[관심지 르포-수성을] 홍준표, “이상식·이인선 관심 없어. 문재인 타도”
[관심지 르포-수성을] 이인선, “문재인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대통령 됐나?”

▲25일 오후 수성구 수성못에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수성구을 후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수성구을 국회의원 선거 나온 이상식입니다. 명함 한 장 드려도 될까요?”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말을 건넨다. 2년 전부터 쓰던 프로필 사진이 크게 들어간 명함도 함께 건넨다. 25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더불어민주당 수성구을 후보 이상식(53) 전 이낙연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을 만났다.

“똑같은 사진을 2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으니까, 이 이미지에 익숙한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제 명함을 드리면 ‘아, 이 사람 봤다’고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자신의 명함을 들어 보이며 이 전 실장이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이후 줄곧 수성구을 출마를 준비하며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정치·사회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의견을 피력했고, 현수막에는 자신의 사진도 넣었다.

이 전 실장은 “낮은 인지도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인지 지지도라고, 옛날에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저를 알면 저를 지지하는 경우가 높았다. 그런데 인지도가 쉽게 오르지 않더라”며 “관변단체 회원들은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대다수 평범한 시민들에게 절 알릴 방법이 없더라. 그래서 생각한 게 현수막인데, 전국에서 제가 제일 많이 달았다고 자부한다. 그때 뿌린 씨앗 덕을 요즘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여전히 숙제다. 이곳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비하면 이 전 실장은 정치 신인이고, 인지도도 낮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지지층이 호감을 표시하는 홍 전 대표의 도보 유세 동행과 이 전 실장의 유세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 역시 그 차이는 인정한다.

▲이상식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대구 출마가 언급될 때 수성구을로 오시라고 요청(?)했다.

이 전 실장은 “홍준표 전 대표는 유명인사다.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대중적 인기는 있는 분이 틀림없다. 그것이 표심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수성구을 이라는 제한된 지역에선 제가 많이 활동도 했다. 내가 박힌 돌”이라며 “이인선 후보도 4년 전 선거 잠시하고 떠났다가 선거 임박해 왔고, 홍 전 대표는 더 늦게 왔다. 그런 것을 주민들이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 고민을 하는 그에게 홍 전 대표의 수성구을 출마는 사실 고마운 일이기도 했다. 대선 주자가 수성구을을 찾으면서 동시에 그의 이름도 함께 거명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홍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 출마가 힘들어지고 대구 출마가 점쳐진다는 소식이 나올 때부터 수성구을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가 양산도 안 되고 대구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수성을이 거명되더라. 그래서 잽싸게 수성을로 오시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호기로운 건데, 사실 저는 그렇게 하면 훨씬 구도가 좋아져서 득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과 경쟁하면 가슴 뛰는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오셨다. 그래서 환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홍 전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경쟁자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상식, 이인선에겐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홍 전 대표의 그런 태도가 의미 없다고 본다. 이 전 실장은 “‘타도 문재인’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홍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미 승부를 보셨다. 다시 승부를 볼 일이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은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굴 타도한다는 걸 선거 구호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이 그렇게 하면 저 같은 후배들이 따라서 당신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겠나. 정책 대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너무 점잖게 대응하려는 것 같다는 말에 “정치 선배시지 않나. 주변에서도, 특히 집사람이 신중하게 대응하라고 하더라”며 “솔직히는 저도 전투력이 있다. 너무 원색적으로 해서도 안 되지만 얼마든지 강하게 비판할 수 있다. 위협적이지만 저는 솔직히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식 후보 뒤로 ‘타도 문재인’이라고 쓴 홍준표 후보의 현수막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에게 불리한 대구에 출마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는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판세에 대한 분석 때문이다. 그는 경찰대를 나왔고, 행정고시도 합격한 후 경찰에 임관해 대구와 부산에서 지방경찰청장까지 지냈다. 자신의 이력이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고, 홍 전 대표의 출마로 보수층 분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는 20%밖에 득표 못 할 거라고 한 것에 대해서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중도, 제도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중도, 온건 보수로 외연 확장성은 넓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우리 당에 소신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런 걸 시민들이 알면 확실히 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거다. 37~38% 득표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보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홍 전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지만, 주변에서 이야길 많이 듣는다. 대구 사람들 자부심이 높은데, 홍 전 대표의 모습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길 듣고 있다”고 대구 사람들의 ‘자부심’을 언급했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구에서 갑작스럽게 ‘날아 온’ 홍 전 대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실제로 이날 이 전 실장에게서 명함을 받은 60대 이 씨는 홍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전 실장과 같은 경주 이씨라며 반갑게 인사한 그는 “홍준표는 그러면 안 돼. 사람한테 인사도 안 하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대권 후보 나왔을 땐 그 사람 찍어줬다. 그런데 서울도 아니고, 양산도 아니고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나왔다. 만만한 게 수성구을인가?”라며 “수성구을에서 쎄가 빠지게 닦아 놓은 사람들 천지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시원하게 이 전 실장을 지지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이 전 실장이 예상한 것처럼 보수층 분열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대신 이 전 실장에겐 튼튼한 민주당 지지층이 있다. 최진규(58) 씨는 수성못에서 유세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 전 실장을 횡단보도에서 마주치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최 씨는 “원래 민주당을 지지해왔는데, 이상식 후보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더라”며 “민주당으로 동구에 출마한 이승천 씨가 고등학교 동기고, 저분은 경신고 나왔다던데 동생이 경신고 출신이기도 하다. 이승천 후보와 연대해서 잘하셨으면 한다”고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