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다양한 사회 계층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같은 전자제품을 점검하는 점검원들도 마찬가지다. 가가호호 방문을 해야 하는 만큼 감염자를 만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본인이 감염되어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웨이 점검원 중 일부는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지난 19일부터 대구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코웨이는 지난달 25일 대구, 경북 지역 방문 점검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다시 지국별로 업무가 시작되고 있다. 코웨이 점검원들에 따르면 각 지역 지국에선 지난 16일부터 점검원 개인들에게 업무를 재개하도록 했다. 고객들에게 직접 방문 점검 여부를 묻고 점검을 원할 경우엔 점검도 하라는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점검원 A(46) 씨는 “16일 전까지는 회사 차원에서 전산도 막고 안내도 했는데, 16일 이후부턴 점검원들에게 직접 고객에게 연락을 해서 원하면 가라고 한다”며 “많은 점검원이 방문하는 곳이 감염자의 집인지, 접촉자의 집인지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혹여나 본인이 감염된 후 다른 집을 방문하면서 전파자가 될까 봐 무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 공포에 대해 회사 차원에선 특별한 대책이 제시되진 않은 상황이다. 회사에선 매달 일반 마스크 20장을 지급해왔지만, 이마저도 최근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됐다. 3월에는 마스크 구입 비용으로 1만 2,000원을 별도로 받았다. 약국에서 공적 판매되는 마스크 8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A 씨는 “회사에서 주는 마스크도 일반 마스크여서 고객님들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KF94 마스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다”며 “어떤 경우엔 고객님이 ‘미안한데, 양말 좀 갈아신고 들어오시라’고 양말을 주기도 한다.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끼지만 그 자리에선 ‘양말 득템했네요, 고객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검원 B(49) 씨는 본인들이 슈퍼전파자가 될 두려움을 호소했다. B 씨는 “감기도 잘 안 하는데, 지금 마른기침이 조금 나온다. 다른 증상이 있는 건 아닌데,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지국에선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는데, 비용도 부담이고 음성이 나와도 다시 양성이 될 수도 있는 거지 않나? 슈퍼전파자가 되는 게 아닐까 두려운데 일은 계속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경북 군위에서 점검원 중 1명이 확진자로 확인되어서 두려움은 더 크다. A 씨는 “점검원 중에 누가 확진됐다고 뉴스가 나왔는데, 회사에선 별도로 공지도 없었다. 지국에 개별적으로 문의를 해서 우리 점검원이 맞다고 확인했다”며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점검원을 만나야 하는 일도 있고,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는데, 공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싶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점검원들은 생계 문제에도 부닥친다. 편차는 있지만 점검 1건당 수수료가 약 7,000원인데, 점검을 해야 받을 수 있다. 코웨이 측에선 코로나19를 이유로 고객이 점검을 보류하는 경우엔 수수료 70%를 선지급하고, 점검이 마무리되면 남은 30%도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지국에선 5월까지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지급된 70%도 되돌려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점검원 C(53) 씨는 “일부 지국에선 점검 안 하면 선지급한 돈도 뱉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일감을 다른 점검원에게 돌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일감을 돌리면 받은 수수료도 되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C 씨는 “최근에 코웨이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노조 결성에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의 일감을 빼앗아서 다른 점검원에게 주면 생계에 큰 타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코웨이 홍보팀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선 방문 관리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연기를 했고, 고객님 의사에 따라 점검을 연기할 수 있다”며 “(일을 하지 않아도) 우선은 70% 지급하고 나중에 점검을 완료하면 나머지 30%가 나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선지급된 수수료를 되돌려 받는 경우는 없냐는 물음에는 “그렇다”며 “공지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있는지, 지국 차원에서 다른 전달 사항이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방문노동자 안전 대책에 대한 물음에 “원격 검침이나 다른 방식의 검침이 가능하면 권고를 하고 있다”며 “가정을 방문할 때는 개인 수칙을 철저히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방역적인 관점에서 모든 부분을 안심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