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확정판결을 받은 대구의 한 댄스학원 원장이 재판 결과를 SNS에 올린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고 나섰다. 가해자가 운영하는 학원의 강사였던 피해자 A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나를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추가 피해를 호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제8형사단독(판사 오병희)에 따르면, 대구 한 댄스학원 원장 학원 B(36), 강사 C(35)는 2017년 12월 술자리에서 강사 A(25) 씨를 강제추행했다. B, C 씨는 강제로 A 씨의 신체를 만지고, 끌어안기도 했다.
대법원은 B, C 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가해자들이 반성하지 않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확정판결 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한 글을 게시했다.
그런데 얼마 후 B, C 씨는 A 씨에게 SNS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B, C 씨는 “추행한 적 없었기에 무죄를 다퉜다.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사건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취업제한명령은 부과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사건인데 불특정 다수가 학원을 특정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이다.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거나 다른 글을 올린다면 귀하가 소속된 학원을 위한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추가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 씨는 “사건 이후 학원을 그만뒀다. 나는 계속 숨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이 일을 알게 될까봐 두려웠다. 같은 분야 일을 하다 보니 마주치는 것도 너무 무서웠다”며 “잘못한 일은 사과하면 된다. 피해자는 난데 내가 가해자가 된 것 같았다. 가해자들은 주변에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B, C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다. C 씨는 한 차례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당시 A 씨와 함께 근무했던 다른 강사 D 씨는 “사건 당일 (A 씨와) 같이 연습하려고 했는데 술자리가 끝나고 (A 씨가) 울면서 전화했다. 많이 당황하고 놀란 상태였다”라며 “다른 추행 사례가 더 있다. 당시 미투 운동으로 이게 문제라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성폭력 판결에도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행위는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범죄가 확정판결로 인정됐는데 사과는커녕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사업주로서 피해자를 고용한 사람이 성희롱을 저질렀다면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해 진정 대상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남은주 대표는 “명예훼손은 가해자 정보 공개 수준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확정판결이 났으니 형법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