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물품, 생필품, 장애인을 위한 간편 식품 꾸러미가 사무실 공간을 차지했다. 코로나19 감염 장애인 상황 점검, 생활 지원 물품 수령과 배송, 비상 상황 대응. 직원들은 자리에 앉을 새 없이 분주하다. 3월 11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의 모습이다.
장애인단체이자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중개 기관인 장애인지역공동체는 조촐한 기념식을 열 여력도 없다. 단체 활동가들은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자가격리자가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부족한 의료,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에 매진하고 있다.
2006년부터 근무를 시작한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20년을 회상했다. 창립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장애인기관 연합체였던 장애인지역공동체는 2006년 권리 쟁취를 위한 장애인 당사자 단체로 재편됐다. 이후 2006년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 2007년 이동권, 2008년 교육권, 2009년부터 지금까지 탈시설·자립생활 투쟁까지. 차별 없는 생존을 위한 투쟁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 생존권’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조민제 사무국장은 “장애인지역공동체는 장애인에게 목숨과도 같은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을 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을 갖췄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몇 해 전 지진, 지금 감염병 유행 상황을 겪으며 사회적 재난에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장애인의 현실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정부의 장애인 의료 지원체계 공백이 확인됐고, 대구사회서비스원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는 위기상황 시 장애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선을 앞둔 만큼 다음 국회에서는 재난 시 장애인 지원과 관련한 정책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사무국장은 “기존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사회적 처우를 보면, 이들에게 직업적 책임 의식을 강조할 수만은 없는 조건이다. 재난 상황에서 이들이 이탈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생활지원인을 모집하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스템으로 안착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장애인이 마스크를 사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구멍 난 재난 대응 체계를 정리해서 다음 국회에 정책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위기 대응을 위한 관과 민간의 거버넌스 구축도 과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 사무국장은 “월급 30만 원도 못 받던 활동가 3명이 있던 조직이, 20년 동안 장애인 2,200명을 물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이 됐다. 그간의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 장애인지역공동체의 의미”라고 말했다.
정의당 총선 예비후보들 장애인지역공동체 찾아 자원 활동
배복주,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도 13~14일 이틀간 장애인지역공동체를 찾아 자원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장애인지역공동체 20주년을 축하하면서, 입법활동을 통해 재난 시 장애인 위기 대응 체계 제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배복주 후보는 “장애인지역공동체는 지역 안에서 장애인 당사자 요구에 국한되지 않고 당사자의 요구를 연대와 투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조직”이라며 “20년간 잘했고 앞으로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재난 취약자에 대한 지원 체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는 이들을 어떻게 구조하고 지원할 것인지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라며 “매뉴얼을 만들고 민방위훈련처럼 매뉴얼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 탈시설 정책 또한 본격적인 추진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장혜영 후보는 “탈시설 운동을 하다가 장애인지역공동체를 알게 됐다. 코로나 국면에서 장애인지역공동체같은 역량과 경험이 있는 단체가 없었으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의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 구멍은 장애인지역공동체 같은 민간단체가 메꾸고 있다. 이 부분은 평가해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감염병 유행 상황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취약한 사람들에게 자원이 먼저 할당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