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66)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홍 전 대표는 12일 오후 경남 양산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할 뜻을 밝혔고, 유력한 출마 지역으로 검토되는 수성구을 후보들은 환영과 비판의 뜻을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양산을 향한 저의 노력은 결국 협잡공천에 의해 좌절됐다”며 “협잡에 의한 공천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승복할 수 없다.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으나 이 역사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기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가 말하는 다른 지역은 대구다. 홍 전 대표는 양산을 떠나면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에 “대구로 간다. 대구는 12개 지역구 정서가 똑같다. 12개 지역 중에서 얼굴 부딪히지 않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은 제가 출마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이 현재까지 컷오프되거나 출마하지 않는 곳은 북구갑, 북구을, 동구갑, 동구을, 수성구을, 달서구갑, 달서구병 등 7곳이다. 이중 북구갑 정태옥 의원, 달서구갑 곽대훈 의원 등은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 달서구병, 북구을은 통합당 현직 의원은 출마하지 않지만, 조원진 자유공화당 의원이나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얼굴이 부딪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
남은 지역은 동구갑·을, 수성구을 정도다. 홍 전 대표는 수성구을 출마 여부에 대해 “그건 좀 이따가 보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전 대표의 측근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11일 수성구을 지역인 수성못 한 식당에서 후원회장을 맡아준 박창달 전 의원과 식사를 하고 동화사를 찾았다. 아직 일정이 정해진 건 없지만, 홍 전 대표는 양산 선거사무소 정리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구에서 활동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홍 전 대표의 수성구을 출마가 가시권에 들자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은 환영 뜻을 밝혔다. 미래통합당 후보 경선에 나선 정상환(55)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홍준표 전 대표의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 전 상임위원은 “홍 전 대표는 당이 요구하는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자신이 당선 가능성만 생각하는 구시대의 거물에 불과하다”며 “국회의원, 도지사,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경력을 가진 분이 서울 험지 출마도 못 할 정도로 담대함이 없다면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홍 전 대표는 다른 지역으로 출마해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당당하게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상식(53) 전 국무총리 민정실장은 “대선 주자셨고, 집권당 대표도 하신 분이다. 중량감은 저와 차이도 큰 분이다. 그런 분과 함께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공부할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환영한다. 두려운 건 없다. 고민 끝에 오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성구를 전국적인 정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온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정정당당하게 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반면 정 전 상임위원과 통합당 후보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이인선(60)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홍 전 대표는 대구 시민과 당원을 대선 도구로 악용하지 말고 정계를 떠나라”고 비판했다.
이 전 청장은 “수성구을 주민이 홍 전 대표의 대권 욕망을 채우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라며 “비열한 정치인의 모습을 당장 거두라. 어쩌다 대선 후보까지 지내신 분이 ‘정치 떠돌이’ 신세가 되었냐”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