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자 삼익지역아동센터(대구시 서구 내당동) 교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센터를 찾은 학생들을 돌보면서, 나오지 못한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을 싼다. 학부모가 가지러 오지 않는 도시락은 교사 두 명이 가가호호 방문해 전달한다. 초등학교 휴업이 길어지면서, 긴급돌봄 체제로 운영되는 센터는 2월 말부터 현재까지 또한 도시락 배달이라는 초유의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낮 12시 10분, 센터에는 점심을 먹으러 초등학생 세 명이 나왔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 있을 시간, 맞벌이 가정의 학생은 학교 휴업으로 마땅히 시간 보낼 곳이 없다. 학생들은 유튜브를 보거나 오목, 알까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도 센터를 이용하던 최모(10) 학생은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센터에 나오기 시작했다. 태권도 학원도 문을 닫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퇴근하는 5시까지 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학생은 “엄마가 집에 혼자 있지 말고 여기 와서 공부하거나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라고 했다. 빨리 학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밥을 먹는 동안에도 센터 교사들은 도시락 분류, 배달에 분주하다. 여러 단체에서 들어온 후원 물품도 도시락과 함께 전달한다. 점심시간에 맞춘 도시락 배달이 끝나야 점심 먹을 시간이 난다. 센터 안에서는 방문 학생들의 위생을 관리하고, 방문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해 상태 파악도 빠트리지 않는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업무가 많은 것보다도 “센터 휴원으로 센터에서 밥을 먹던 저소득층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보도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휴원이란, 수업 등 정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센터는 지금도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방문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신청자에게는 지정된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급식 카드를 지급한다. 또한, 센터 이용 학생이 모두 저소득층이 아닌데도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10일 기준 대구 지역아동센터 199개소 학생 5,161명 중 3,081명의 학생이 긴급돌봄을 이용하고 있다. 이용 학생 중 2,468명(80.2%)은 급식 카드, 135명(4.4%)은 센터 방문, 473명(15.4%)은 도시락을 받고 있다.
김애선 삼익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도시락을 전해주면 학생도, 학부모도 좋아한다. 센터 폐쇄로 학생들이 굶고 다닌다는 말은 잘못됐다. 일부러 센터에 와서 놀다 가는 학생도 많다”라며 “센터에 오는 학생을 전부 못 사는 취약계층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학생들을 낙인찍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초기 3일 동안 방역할 때 말고는 직원들도 모두 출근해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을 제대로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시 청소년과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제도권 안에 있는 기관으로, 학생 보호에 전념하고 있다”라며 “센터에서 나서서 도시락을 만드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도시락을 직접 싸지 않는 곳은 도시락을 후원 받아 전달하는 곳도 있다. 아이들이 굶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