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거주시설 코호트 격리 괜찮나?…“적정인력, 집단 감염 대책 미비”

17:40

9일부터 시작된 경북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 방침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사자들이 2주 동안 코호트 격리 근무를 마치고 난 이후 근무에 대한 대책 부족, 집단 감염 위험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경북 칠곡 중증장애인 시설인 밀알공동체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입소자 등 69명 중 22명이 확진됐다.

경북도는 9일 0시부터 22일까지 사회복지시설 564곳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다. 이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경북도는 “종사자들에게 시간외 수당, 급식비와 함께 재해구호법을 통해 특별근무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보상책을 충분히 강구토록 하겠다”며 “시설 종사자 분들의 사정을 일일이 살피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긴급조치를 시작해서 매우 송구스럽다.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지침에 따라 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종사자들 위해 마스크 2만6천매를 이미 배부했고, 10일 6만5천매를 추가 배부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생필품도 지원한다. 경북도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23개 시·군에 코호트 격리시설 지역책임관을 지정했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종사자도 있었다. 경북도는 “종사자 중 임산부, 육아가 필요한 분, 노부모를 봉양하는 분, 장기간 근무가 어려운 분 등 388명은 코호트 격리에 참여하지 않도록 했고,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시설장 판단으로 추가적으로 제외 조치를 하실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주 동안 격리되어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각 시설마다 찾아가 설명드리지 못하고, 시설협회장님들을 통해서 설명해 달라고 했는데, 대단히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2주 간 코호트 격리에 동참하지 않은 종사자가 388명이라는 점은 방침에 시설과 종사자가 적극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이 방침에 허점도 있다. 경북도가 5일 밝혔던 대상자는 581개 27,764명(종사자 10,256명, 생활자 17,508명)이었다. 대상 시설이 줄어 종사자, 생활자 수도 줄었지만, 2만5천여 명은 넘는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봉화군 푸른요양원

2주 동안 코호트 격리 근무를 마치고 난 종사자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다면 해당 시설 종사자들은 모두 자가격리해야 한다. 그러면 격리 방침 종료 후 근무할 종사자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동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문제다. 2주 후에 시설 입소자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오히려 많은 수의 사람이 들어간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할텐데 이들의 격리 시설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우려스럽다. 집단으로 숙식을 하면 코호트 격리가 무슨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가령 숙박을 할 때는 넓은 공간에서 개별 텐트를 마련하는 식으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간다고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며 “폐쇄된 공간에 맞는 대책인지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은 칠곡 밀알사랑의 집에서 24명, 봉화 푸른요양원에서 52명, 경산 제일실버타운 17명 등 사회복지시설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다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