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건강권, 휴식권 없나요?”…코로나 전담 대구 의료진 피로 누적

보호 장구, 인력 여진히 부족
파견 인력 지원 방안 나왔지만
기존 대구 의료진 지원 방안 없어

16:34

“순환펌프기가 부족해서 서로 양보하다가 탈진하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 방호복 입었을 때 갑자기 물속에 잠기는 것 같은 공포감이 확 오더라구요” 
“저희는 원래 여기 직원이라서 다른 지원이 없는 거 같아요.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버티고 있죠”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2주가 지났다. 확진환자가 4천 명을 넘어가면서 의료 인력은 물론 보호구도 부족해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대구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일 대구·경북 지역에 전신 보호구(레벨D 세트) 14만 개, 방역용 마스크(N95) 14만 개 등을 우선 지원했다고 밝혔다. 물품 전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중대본은 감염병 전담병원과 직통 지원체계도 운영한다.

하지만 매일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대구에서는 역부족이다. 중증 환자 1명당 간호사가 하루 소비하는 전신 보호구는 약 12개다. 병동 의사, 간호사, 검진 부서, 이송팀 등이 사용하는 보호구는 하루 100개를 넘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에 따르면, 레벨D세트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 500개, 경북대병원에 300개 일주일 분량이라며 배분됐다. 2~3일이면 소진되는 물량이다. 현장에서는 “레벨D와 순환펌프기를 아껴 써라”는 말도 나온다.

외부와 공기가 차단되는 레벨D 방호복은 순환펌프기가 없으면 숨쉬기 힘들다. 입으로 내뱉는 호흡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 습기가 차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몸의 온도는 뜨거워지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최소 2시간은 화장실을 가지 못하니 물이나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탈수 증상이 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순환펌프기마저도 모자라 서로 양보한다. 약 2kg 무게를 허리에 계속 차고 다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순환펌프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오히려 두통을 불러일으킨다.

의료연대 대구지부는 “대구지역 의료인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의 안전”이라며 “대구시와 정부는 몇만 개의 방호복을 배포했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현장에 필요한 수 만큼 방호 물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이 보인다.

의료진의 피로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대구의료원과 함께 대구에서 처음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원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일하는 12년 차 간호사 김미소(가명) 씨는 방호복에 적응하는 데만 5일이 걸렸다.

미소 씨는 “처음에는 방호복을 입을 때는 갑자기 물속에 잠기는 듯한 공포감이 확 몰려왔다. 10분 정도는 앉아서 심호흡하고, 그 옷에 적응하는 데만 5일 걸렸다”며 “입도 막고, 눈도 막으니까 숨도 안 쉬어지고 앞도 안 보인다. 온몸을 비닐로 감싸고 일하다 보니 땀도 많이 흘리고 탈수도 많이 온다. 환자분들이 감기 증상이 대부분 있으시다 보니 병동을 시원하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은 2시간 근무, 2시간 휴식을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기존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조무사 등이 다 빠지면서 환자 식사 관리, 체위 변경, 옷 갈아입히기 등도 간호사 몫이 됐다. 병동 청소는 물론이다. 코로나19 환자만 보기 때문에 업무는 평소보다 단순해졌지만 강도는 배가 됐다.

미소 씨는 “인력이 넉넉하게 원활한 정도는 아니지만 보건복지부 인력 지원으로 겨우 숨통이 트였다. 첫째 주는 주 6일 근무하기도 했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근무표가 하루 단위로 나왔다”며 “이제 2주 정도 지나가니까 부족한 부분이 뭔지 보인다. 지금도 환자 60명을 간호사 2명이 보고 있다.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많은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대구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우기 위해 전국에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 대구로 파견된 의료인력은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력은 2주 파견 근무 원칙을 정했다. 근무 후 자가격리를 위한 2주 공가 또는 유급휴가도 보장한다. 또, 공공의료 인력에는 특별지원활동수당, 민간의료 인력에는 일정한 경제적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는 아무런 지원 방안이 없다. 미소 씨는 “지원 인력은 수당이 있다. 똑같이 코로나19 환자를 보고 있는데, 원래 이 병원 직원인 저희는 그런 게 없다.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도 나라에서 얼마나 지원해줄지 모르니까 그런 얘기를 못 한다. 논의 중이라고는 하는데 아무도 모른다. 병원 수익이 평소보다 줄었기 때문에 나라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감염병 전담병원이지만, 나라에서 정확인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