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리 아무개(40, 인도네시아) 씨는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무슬림이다. 리 아무개 씨와 함께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무슬림 10여 명은 13일 오후 3시 이슬람 오후 예배 시간(Ashar)에 맞춰 대구시 2·28기념중앙공원 분수대에서 의무 예배(Salat)를 했다. 평일 공장 안에서는 제대로 예배하기 힘들어, 이날만큼은 이들은 머리에 쁘찌(Peci)를 쓰고 사룽(Sarung)도 둘렀다.
지난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리 아무개 씨는 부쩍 눈총을 받고 있다. 리 아무개 씨에게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종교”이지만, 마치 무슬림을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처럼 보기 때문이다. 그는 쁘찌 위로 ‘I’m a Muslim, Not a Terrorist”라는 글귀가 적힌 띠를 둘렀다.
예배를 마친 리 아무개 씨는 영어와 짧은 한국어로 “우리는 그냥 한국에서 일하는 무슬림이다. 한국에 와서 일 열심히 해서 돈 벌고 싶다.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IS도 아니다.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종교”라고 말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무슬림 외에도 2·28기념중앙공원에는 네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 12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오는 18일이 세계이주민의 날을 앞두고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집회 취지로 “최근 프랑스 테러를 계기로 확산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해 문제를?제기하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평화로운 세계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노동자 노동삼권 보장, 유엔이주민협약비준을 통해 고용허가제를 전면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미등록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민 여성은 한국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하는데도 한 이주민 여성이 남편에게 딸과 함께 살해됐다”며 “그는 남편 폭력이 극심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간신히 이혼했는데 딸과 함께 납치됐다. 경찰에 과거 폭력을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이주민의 신고를 묵살했다”며 이주 여성의 처지를 호소했다.
페 아무개(38) 씨는 “한국에서 우리는 일 열심히 한다. 그런데 사장이 너무 무섭다. 사장이 힘들게 해서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없을 정도라서 도망갔더니 이제 나보고 불법이라고 한다”며 “다시 비자를 찾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끝낸 오후 4시 대구 시내 일대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