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오늘 분량은 다 나갔습니다”
“아, 어떡해요! 한 장도 없는데, 어떻게 살 수 없어요?”
김영희(64) 씨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구 중구 수창동에 사는 그는 오후 2시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20분여를 걸어 중구 포정동 대구우체국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대구우체국에 할당된 마스크 판매는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번호표를 나눠준 후 번호표를 받은 이들에게 판매하는 계획은 전날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질서 없이 우체국 안에 머물면서 마스크 판매를 기다려서다. 우체국 관계자는 “어제 번호표 받은 분들이 돌아가지 않고 좁은 우체국에서 기다리더라”며 “다른 업무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감염 우려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우체국은 전날 시행착오를 반영해서 28일엔 우체국 맞은편 경상감영공원에 판매처를 마련했다. 야외에 판매처를 만들어서 좁은 공간에 다중이 모이는 상황을 막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1시부터 내리던 보슬비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 4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사람들을 그대로 야외에 두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체국은 예정보다 일찍 번호표를 배부하고 시민들을 우체국 안으로 들였다. 판매 할당된 420개 세트 (1세트 5매) 만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뱀이 똬리를 틀듯 굽이친 줄이 우체국 입구부터 집하장까지 늘어섰다. 곳곳에서 “꼭 2시를 기다려야 하나”, “번호표 받은 사람들한테 먼저 팔면 안 되냐”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불만을 들으면서도 우체국은 정한 대로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늘어선 줄이 순식간에 줄었고, 2시 20분경 판매가 마무리됐다. 420명이 20분 만에 한 손에 마스크 다섯 장을 들고 사라졌다. 김 씨가 우체국에 도착한 건 2시 15분을 조금 넘겼을 때다. 길었던 줄이 끝을 보였다. “우리 아저씨는 마스크가 없어서 면 마스크 쓰고 있는데, 좀 팔 수 없어요?” 김 씨는 우체국 입구에 서서 누구한테 하는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먹을 것도 조금씩 떨어져 가고, 집에만 있느라 갑갑증도 커졌다. 하지만 마스크가 없어서 나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밖에 안 나왔어요. 무서워서요. 집에 내내 있었어요. 너무 못 나오니까 사람이 더 죽을 거 같아요”라며 “마스크라도 사서 사람 없는데 조금이라도 걷고, 시장도 가야 하는데, 먹을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 마스크를 사러 갈 엄두는 안 났다. 연일 방송을 통해 마스크가 없다는 이야길 들었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도 두려웠다. 집 가까운 우체국에서 판매한다는 소식이 그에게 작은 용기를 줬다. 그는 “늙은 사람 둘이서 살아요.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다니면 뭐 할까 해서 나오지도 안 했어요. 마침 우체국에서 판다고 해서 마음먹고 나온 거예요. 사서 반찬도 사러 가고 하려구요”라며 “2시에 오면 된다고 들어서 2시에 맞춰 나왔어요. 20분 정도 걸어서 비 맞으면서 왔는데 기가 막혀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