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가 다 이렇진 않다” 대남병원 열악한 환경···장애인단체 인권위 진정

코로나 확진자 의료 제공 부실 논란

18:47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소자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에도 감염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도군은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소자 수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애인 단체는 부실한 관리와 의료지원을 두고 병원과 정부, 지자체를 인권위에 진정했다.

▲대남병원 내 의료진이 폐기물통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대남병원)

청도군에 따르면 정신병동 입소자 103명 중 확진자는 102명이다. 청도군은 애초 정신병동 입소자 수를 101명으로 파악했지만 102명으로 수정했다가 최종 103명으로 바꿨다. 정신병동 입소자 중 유일하게 음성판정을 받은 1명도 현재까지 대남병원에 머물고 있어 감염이 우려된다. 더구나 청도군은 다른 층에 코호트 격리 중이던 확진 환자를 음성판정된 환자가 있는 층으로도 분산시키고 있다.

열악한 현장은 26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은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된) 환자들이 오랫동안 바닥에서 생활하며 자기 침상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려고 한다. 마스크도 계속 벗으려고 하는데, 안정제를 쓰면 호흡 억제가 될 수 있어서 그것도 어렵다”며 “환자 인식표를 달면 손으로 찢어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검사가 됐는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도 “전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정신병동에서 유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 일어났다”며 “청도 대남병원은 조금 더 열악하다.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생활하는데, 정신과가 다 이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대남병원 내 환자복을 비롯한 오염 폐기물도 병원 곳곳에 쌓여 관리가 되지 않고,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진이나 병상 부족으로 확진자 모두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도군은 병원 내 의료폐기물 처리 현황과 관련해 “안에서 폐기물을 비닐과 플라스틱 케이스로 2중 포장해서 밖에 내면 수거를 한다. 그 외 어려움에 대해서는 파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단체는 26일 열악한 청도대남병원과 관계 기관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수용시설 거주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진단과 의료지원을 하지 않는 인권침해를 했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명애, 박경석, 변경택, 윤종술, 최용기)는 26일 오전 11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도대남병원과 함께 보건복지부, 경상북도, 청도군, 칠곡군, 칠곡군 밀알공동체도 진정했다.

이들은 폐쇄병동(정신병동) 내 확진자를 코호트 격리 조치해 추가 사망자 발생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26일 오전 9시) 청도대남병원 확진자 114명(종사자, 입소자 포함) 중 7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사망자 12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 입소자 중에서 나왔다.

이들은 “대남병원은 의료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재난 상황이 폐쇄병동 입원자와 같은 소수자에게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알려 준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다른 확진 환자와 동등하고 안전한 치료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