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를 이끌어 갈 9기 임원에 권택흥(본부장)-조정훈(수석부본부장)-정현태(사무처장) 후보조가 선출됐다. 9일 개표 결과 총 유권자 20,603명 가운데 13,629명(66.1%)이 투표했고, 12,766명(93.6%)이 단독 출마한 권택흥 후보조에 찬성표를 던졌다. 새로 선출된 임원은 2016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임기를 시작한다.
9기 임원 선거는 후보 등록 기간 일주일 동안 후보가 나오지 않아 등록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밀어붙이기에 총파업, 민중총궐기로 맞서 온 민주노총 대구본부 지도부가 공석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후보 등록 연장 기간 중 출마한 당사자들은 고민이 깊었다.
<뉴스민>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당선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2015년 한해 남구청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대구도시철도공사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경산지역 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을 이끌었던 권택흥 대구일반노조 위원장. 대구도시철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400여 명이 올 한해 한꺼번에 가입하면서 노조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본부 임원 선거에 출마하기 부담도 있었을텐데?
권택흥 : 내년까지 일반노조 위원장 임기인데 고민이었다. 지금 일반노조 조합원이 900여 명인데 올해 400명이 확대됐다. 이전의 노조 운영 방식이나 시스템이 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올 연말에 시스템을 마련하고, 내년을 운영해 보려는 계획이었다. 중간에 이렇게 나온 건 노조 입장에서나 개인적으로나 부담이 컸다. 일반노조는 지역본부 직가입 노조다. 지역본부가 분위기를 잘 만드는 게 일반노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말이 있듯이 현장 조합원들이 결의해줘서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조정훈 사무처장도 원래 금속노조 임기가 끝나면 상신브레이크지회로 돌아갈 계획이었다던데?
조정훈 : 대법원 계류 중인 상신브레이크 소송이 곧 판결될 거라 예상해서 현장 조직 복원 사업에 집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역본부 지도부가 공백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의했다. 그 과정에서 상신브레이크 동지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당장 복직은 못 해도 남은 힘을 조직해야 하는데 다시 본부로 간다고 하니. 그래도 동지들이 잘 동의해줘서 선거 운동을 잘 치를?수 있었다.
최근 2년간 신규 노조 설립 경험으로 4만 조합원 확대
미래 세대 노동운동 위한 간부 육성 주력
현재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 3만여 명에서 4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조정훈 : 금속노조 대구지부에 있으면서 2년 동안 삼우기업지회, 삼성공업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신규 지회 3곳이 생겼다. 신규 지회 설립 상담, 조직, 투쟁을 경험하면서 노동조합을 통해 사람이 바뀐다는 걸 봤다. 대구가 보수 꼴통의 도시라고 하는데, 대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무기는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단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권택흥 : 그와 더불어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유통부문 조직에도 힘을 실을 거다. 특히 미래 세대는 사무직이나 유통 분야가 많다. 이런 것들은 모두 연동해 전략적으로 조직 확대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조합원 확장과 더불어 1천 간부 조직화, 미래 간부 육성 공약도 내걸었다.
권택흥 :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대공장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이 20년 와 있다. 지금 대구만 보더라도 전통적으로 중심이었던 섬유산업 노조가 다 몰락했고, 영남대병원, 파티마병원 등 종합병원 중심 구성이 있었는데 많이 위축됐다.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총파업, 구호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렵다. 조합원을 움직이려면 간부들이 움직여야 한다. 간부 재조직, 소모임, 수련회 등 간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알바노조나 청년유니온 등 새로운 세대의 노동조합은 전통적인 사업장이 아니라 유통 서비스, 비정규직으로 형성하고 있다. 2~30대를 상대로 한 노동조합 가입 확대 사업과 그 단위에서 미래 노동운동 활동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60만 대구 노동자 대표하는 대구 민주노총
노동 전시 행정 1등 대구, “행정 권력에 적극 개입할 것”
전국적으로 대구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하다. 권영진 대구시장 들어 노사정대타협, 노사문화 우수도시 등으로 언론에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고 투쟁 중인 경북대병원 주차노동자를 버젓이 두고, 대구노동청과 공공기관장들이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이행 협약 선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현안 투쟁과 전혀 동떨어진 행보인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조정훈 : 경북대병원장이 자기 해고자 26명두고 거기 사인하고 있으니 정말 웃기는 짓이다. 그것만 봐도 그 선언은 보여주기식 쇼다. 그 자리에 한국노총이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못 한다. 만약 민주노총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런 쇼를 못하게 하던지, 경북대병원 해고자 문제부터 해결하고 협약을 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논의 구조 안으로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고, 관철되지 않으면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97년 정리해고법, 파견법을 합의했던 아픔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부와 논의 자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동지들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충분히 의견을 모아야 한다.
권택흥 : 최근 남구청 환경미화원, 대구도시철도 청소노동자, 경북대병원 주차노동자 투쟁 등 공공부문 등으로 8기 임원들과 대구노동청장과 면담한 적이 있었다. 공공부문이 먼저 비정규직 처우 개선하자고 만들어 놓은 지침을 스스로 지켜야하지 않겠냐고 요구했었다. 투쟁은 우리가 하고, 이행 선언은 한국노총, 경총을 불러서 하더라. 복수노조 시대에 한국노총과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긴장감이 있다. 행정에 대한 지배개입 전략과 더불어 우리가 힘을 가지려면 조합원 확대가 필요하다.
대구시 노동행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 이전 집행부와 차이점인 것 같다. 그런 공약을 세운데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권택흥 : 대구 66만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은 어떻게 와 닿나? 3만 명이라는 조합원을 가진 조직은 민주노총뿐인데 지역 노동문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거다. 청년 유출, 청년 실업 문제, 지역 노동 총량 문제 등 대구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으로 자리매김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 가면 지역본부는 투쟁 잘하고, 연대 잘 해주는 거라고 인식한다. 당연하지만, 민주노총은 내 밥그릇만 챙기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출범했다. 후자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성과도 없고, 전망도 못 그리는 과정이 반복될 거다. 한국사회에서 노동해방은 노동기본권의 전면적 보장이다. 이게 되려면 정치권력을 노동권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부터 노동자가 권력에 개입하고, 지역별로 노동권력이 자리매김해야 전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내년이면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창립한지 20주년이다. 박근혜 정권의 탄압, 대구시의 전시적인 노동행정, 현안 투쟁과 더불어 그 책임이 더 막중할 것 같은데.
권택흥 : 앞으로 2년 동안 박근혜 정권은 지속적 권력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거고, 노동개악과 더불어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탄압이 계속 될 거다. 정권에 맞서는 저항전선을 칠 수밖에 없다. 그 투쟁과 더불어 내부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당면 투쟁, 내부적으로는 조직운동 점검과 간부 육성, 미래 세대 노동운동 활동가 발굴, 대구시에 대한 구체적 개입 전략, 조합원 확대, 지역운동 전반에 대한 발전 전망 발굴 등 20년을 평가하면서 앞으로 진로를 잡는 데 해야 할 고민이다. 지역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를 구성해서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다. 얼마만큼 저희가 해낼지 모르지만, 고민을 제기하고 들어가야 한다. 말은 이렇게 하는데 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