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전·현직 교수 123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고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시민 역사교실을 열고, 국정교과서가 발행된다면 분석·비판하는 장기적 대응도 한다는 계획이다.
7일 오후 3시 ‘한국사를 사랑하는 경북대 교수모임’은 경북대 인문대학 교수회의실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석 전 총장(지리학), 김윤상 석좌교수(행정학)와 주보돈(사학), 김규종(노어노문) 교수가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퇴직교수 18명을 포함해 총 123명이 국정화 철회 서명에 동참했다.
교수모임은 성명을 통해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집필진의 면면마저 비밀주의에 부치고 있다”며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어떤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역사해석과 집필의 주관자가 아니다. 역사해석의 지평은 역사학자와 시민, 그리고 역사에 맡길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며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 국정화를 철회하고 ‘올바른’ 역사가 아니라, 다채롭고 풍요로운 역사로 전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보돈 교수는 “국정화 반대 여론에도 정부가 밀어부친 데는?특별한 정치사회적 이유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사회를 바란다면 당장 국정화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국사편찬위원장이 비밀리에 사적 관계를 통해서 연락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일베에 있다거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참여한 정치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등”이라며 “현직에 있는 역사학자로서는 참여할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국정화 움직임이 일자 지난 9월 역사학 전공 교수를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사학과 교수 전원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11월 3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 고시를 발표했고, 2017년부터 국정 교과서를 학교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경북대 인문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적 대응을 하는 교수모임이 결성됐다.
교수모임을 추진한 김규종 교수는 “서명을 받으면서도 불이익을 받을까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학이 가진 본연의 기능 중 하나가 권력 앞에서 당당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역사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모임은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시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실 진행을 검토 중이다. 다양한 역사 인식이나 역사관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또,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도 적극적인 연대를 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국정교과서가 발행된다면 이를 검토해 비판적으로 알리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에 참여한 경북대 교수 전체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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