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사 조재형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엮은 시집 <너도바람꽃>이 지난해 도서출판 한티재에서 출간됐다. 첫 시집 <하늘 몇 평>(한티재, 2016) 이후 3년 만에 출간한 <너도바람꽃>은 학생 눈높이에서 쓴 청소년시 ‘의문의 일패’, ‘맹자 어머니’ 등 시 63편과 산문 ‘시가 된 편지’를 담았다.
선생님!
수업 마치는 시간에 저 좀 꼭 깨워주세요
오늘도 알바에 늦으면 잘리거든요
– ‘의문의 일패’ 전문
조재형은 시인의 말을 통해 “흔히 말하는 모범생보다는 걱정거리를 안겨주거나 결핍이 있는 친구들 때문에 오히려 시를 쓸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어른의 보호와 학교 울타리 안에서 품고 있는 알이지만 장차 깨어나 어떤 새가 되어 어디로 날개를 펼칠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라고 말했다.
복효근 시인은 “학교와 아이들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재로 대립과 차별을 넘어 우리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며 “일등보다 최선을 다한 꼴등들을 향한 응원가이기도 하다”고 추천의 글을 썼다.
한국말이 서툰 우리 엄마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괜히 짜증을 내고 나면
자꾸만 우울해졌다엄마와 학교에서 상담하던 날
담임선생님이 엄마에게 뜻밖의 인사를 했다
신 짜오(안녕하세요)
땀 비엣(안녕히 가세요)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이제부터 엄마에게
우리말이 서툴다고 짜증을 내는 대신
베트남 말을 열심히 배우기로 했다– ‘뜻밖의 배려’ 전문
“엄마!
이번에는 이사만 하고
전학은 안 가면 안 될까요?우리 집은 처음엔 아파트에 전세를 살다가
그다음에는 다세대주택 월세로
이제는 반지하 셋방으로 옮겨왔다이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전학은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맹모삼천지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맹자 어머니’ 전문
울산 호계초등학교 교사 박연미는 ‘뜻밖의 배려’를 읽고 “이 시에서 담임의 작은 배려가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활짝 펴게 해 주었고, 시를 읽는 내 마음도 활짝 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재형은 충청남도 홍성에서 나고 자랐으며, 시집 <하늘 몇 평>을 출간하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신라중학교, 계림고등학교, 대흥중학교 등을 거쳐 현재는 포항여자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삶을 가꾸는 데는 글쓰기와 문화예술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조재형의 두 번째 시집 <너도바람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9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아동 청소년 분야)에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