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세월호 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9명 있어요. 그중 한 명이 내 딸이에요. 며칠 전에 딸이 생일이었어요. 배고프다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은 그 딸이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세월호 안에 있어요. 다윤이 너무 안아보고 싶은데, 그게 598일 째에요. 아직도 잠자기 전에 생각나요. 잠자는 것도 너무 미안해서, 내일 아침에는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아직 9명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잘 몰라요. 사람을 찾아달라고 돌아다니면서 알리고 있어요. 아이가 유실 없이 뭍으로 올라와서 같이 만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인양이에요. 여러분들이 더 많이, 9명이 아직 있다고 알려주세요. 찾아서 따뜻한 곳으로 보내고 싶어요.”(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2학년 2반 故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가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직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부모는 참척의 심정을 토로했다.
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600일, 기억과 다짐의 날’에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집회가 한동안 열리지 않은 탓인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오랜 방학이 끝나고 교실에 모인 학생처럼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은 참사 600일을 맞는 6일을 앞두고 “잊지 말자”고 다독였다.
피켓을 들고 나선 서이주(22, 경산) 씨는 “세월호 참사는 잊으면 안 되는 상처다. 나는 100일 때 안산에 다녀왔고 200일 때 팽목항에 다녀왔는데, 참사 1주기 지나는데도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잊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나가던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주최 측(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이 받던 서명을 대신 받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인 이다은(16, 서구) 씨는 “사람들이 같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가족들 생각하면서요. 제가 이렇게 안타까운데 제 또래 아이를 잃은 심정은 어떻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익배 전교조 대구지부 세월호특위 위원장은 “지난 28일 팽목항에 다녀왔다. 맹골수도 아래 아직 미수습된 사람이 있다. 미수습자 가족이 ‘유가족 향해 막말하고 유언비어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 팽목항을 지키는 사람 있다’고 했다”며 “그들의 말이 해답이다. 배 인양 하고 미수습자 찾고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끝나고 참가 시민들은 대구 시내 일대를 행진했다.
한편 지난 30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여당 추천 위원들의 불참 속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특조위의 조사 대상에 “대통령의 행적”이 포함돼 있다며 퇴장한 바 있다.
이후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특조위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며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등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보이콧에 열을 올렸다.
현재 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돼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이는 9명(故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