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이주여성센터) 비위와 관련해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 당사자인 이주여성센터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모 법인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도 문제를 파악한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주여성상담소 사업에 국비를 지원한 여성가족부 역시 대구시에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뉴스민>과 <대구MBC>는 공동 취재를 통해 이주여성센터의 보조금 유용, 프로젝트 공모기금 유용, 상담소 부실 운영 문제를 보도했다. 문제가 드러나자 대구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개 단체들의 연합체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9일 사과문을 통해 “대경여연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지금의 사태에 대해 면피할 수 없으며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할 때임을 절감한다”며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책임의 첫 시작으로 대경여연 집행단위 단체인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대경여연의 사업을 맡아 진행했던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이주여성센터 대표직을 사퇴한 A 씨는 대경여연 대표를 맡고 있었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너무 죄송하다. 이 사태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이주여성인권센터가 필요했던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명을 가지고 활동했던 이주 여성들에게도 죄송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그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보조금 없이 활동하다 내부 상황이 고착되면서 비위 행위가 문제 없다는 인식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신뢰를 주지 못했으면 그것만큼 문제가 있는 것은 없다. 대표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인건비, 강사비를 돌려받았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생각하고도 다른 단체 일이니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단체도 점검/감사를 받고, 시스템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이주민 인권 지원이 위축될까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센터가 대구지부로 있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도 9일 사과문을 내고 “비위의혹에 관하여 중앙법인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9월부터 2차례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각 지부는 자율성을 갖고 활동해왔고, 법인은 각 지부의 활동을 존중하며 관계해오다 보니 비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차후 지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대구이주여성센터의 여성가족부 지정 상담소 신고 과정과 법인 설립 과정에도 영향을 끼쳐왔던 걸 감안하면 뒤늦은 사과문이다. 전·현직 내부고발자들의 보호, 지원 역할도 소홀했다.
이주여성상담소를 국비 지원 상담소로 지정한 여성가족부도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유령 직원’, ‘상담소 종사자 허위 신고’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행정기관 책임도 분명하다. 김현원 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장은 “대구시가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관련한 청문을 진행하고 있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인이 취소되면 상담소 지정 취소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서류, 유령 직원 문제는 여성가족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현원 과장은 “확인과 추천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것이다. 상담소 선정 과정에서 허위 서류가 문제는 맞다. 지자체하고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만약 지정이 취소된다면 재공모 절차를 밟고, 공백 기간 동안은 콜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과 협력해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감사 이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관계자 의견 청취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