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위협을 받고 대구에서 난민 신청한 인도 일가족이 다시 본국에 송환될 위기다. 10일, 법원은 이들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대구출입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관련기사=권총 살해 위협 받고 대구로 도망 온 인도 가족, 난민 인정될까(‘20.1.8))
대구지방법원 행정1단독(판사 김수연)은 10일 오전 10시, 인도인 라울 싱(Rahul Singh, 31, 가명), 아내 (31), 딸(5) 일가족 3명이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신청자가 본국에서 심각한 박해를 받을 만한 사정을 증명해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가족의 위협에 잘란다르에서 뉴델리로 피신했는데, 딸의 여권은 다시 잘란다르에서 발급받았다는 점에서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카스트 계급에 속하는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위협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사인들의 범죄행위로서 난민법에서 규정하는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인도 정부는 다른 계급 간 결혼을 보장한다. 명예살인 위협은 엄격히 처벌하기 때문에 인도의 사법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사법기관에 의한 구제가 불충분한 경우 자국 내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살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박해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고, 소송에서도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적절한 변론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표면적으로 인도 정부가 계급 간 결혼을 보장한다 해도 공동체의 규율이 엄격한 지방에서는 충분히 살해 위협을 받을만한 사례라는 반론도 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재판에서 증거자료를 정리하려면 변호사 조력이 있어야 한다. 조력을 받아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서울에는 비영리 변호사가 소수 있지만, 지방은 정말로 열악하다. 변호사 도움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소송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기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이 인도에서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요청했는데 받을 수 없었던 거다. 본국 보호 가능성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판결문을 분석해 충분히 주장되지 못한 부분을 정리하고 증거 제출을 도울 것이다. 사인에 의한 박해라 해도 정부의 보호의지와 보호가능성이 없다면 박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수 인도연구원장(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은 “이들이 살았던 펀자브는 인도에서도 아주 보수적인 지역”이라며 “부모 의사에 반해 결혼과 출산을 했다면 충분히 당사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 씨 사례를 포함해, 소송을 통해 대구출입국의 난민불인정 처분을 뒤집은 사례는 1건도 없다. 1994년부터 2019년 11월까지 소송만 총 945건 있었지만, 대구출입국이 828건(87.6%)을 승소했고 나머지는 취하(27건) 또는 계류(90건)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은 1994년 난민 신청을 접수한 이래 2019년 11월까지 총 62,970명(중복 포함)이 접수했다. 이들 중 난민 인정자는 997명(1.5%)이다. 대구출입국의 경우, 같은 기간 1,790명 중 6명(0.3%)이 인정됐다.
비교적 저조한 대구경북 지역 난민인정률에 대해 김연주 변호사는 “서울은 출입국사무소도 난민을 심사하는 부서가 분리돼있지만, 지역에서는 한 사무소 안에서 체류, 난민, 단속을 다 관리하다 보니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지역 사무소가 좀 더 보수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