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동조합 회의를 불법 도청한 (주)전우정밀 간부 직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기업노조 간부 2명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10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 심리로 금속노조 회의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 녹음기를 숨겨 회의 내용을 몰래 도청하려다 발각된 사건의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관련기사=산자부 ‘월드 클래스’ 뽑힌 기업에서 ‘노조 도청 장치’ 발견돼(‘19.1.29))
검찰은 지난해 10월 통신비밀보호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관계법) 위반 혐의로 전우정밀 간부 직원 A(49) 씨를 기소하고, 기업노조 간부 B(54), C(51) 씨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선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통비법 위반 공소 사실은 인정했지만, A 씨에게만 적용된 노조관계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보류했다. A 씨 측이 이날 공판에서 노조관계법 위반 공소 사실도 인정하면서, 피고인들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A는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서 복수노조 관계를 이용해 노조 활동에 개입해 죄질이 가볍진 않다”며 “하지만 피고인이 사측과 공조해서 일방적으로 파악하려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기업노조 간부 B, C 씨에 대해서는 “B는 노조 위원장으로 상대노조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행위를 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 C는 간부로 직접 불법 녹음한 사실이 있다”며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 씨 는 최후변론을 통해 “일이 일어난 전반적인 상황에서 의도와 관계없이 과정이 잘못된 부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근무 중인 회사가 오늘도 구조조정 상황이다. 회사 존폐는 미확실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직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B 씨는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 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죄가 되는지 몰랐다. 알았다면 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부분 반성한다.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왔는데, 저희 모두 회사에 도움 되고 노조와 윈윈이 되도록 최선 노력 다하겠다”고 말했다.
C 씨도 “어떤 의도든 불법 저지른 건 사실이다. 선한 의도라도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다. 다시 기회 주시면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12월 경북 경산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전우정밀에서 금속노조 노조 조합원 교육 행사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서 숨겨진 녹음기가 발견됐다. 노조는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라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을 지난해 1월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간부 직원을 포함한 3명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