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군공항 이전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전 후보지인 경북 의성군에서 반대 단체가 대거 등장해 투표 방해 의혹이 일고 있다. 그동안 공항 이전 찬성을 주장했던 단체도 반대 단체로 등록하면서 사실상 의성군이 공항 유치를 위해 주민투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는 31일 오전 10시 경북 의성군 의성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찬성 운동을 벌이다 돌연 반대 단체로 신청했던 6곳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국책 사업으로 진행되는 군 공항 이전은 지역에 막대한 소음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주민의 공정한 선택과 책임이 요구된다”며 “경찰은 이 단체들의 배후를 명확히 밝히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부정 투표 개입 민낯을 낱낱이 밝혀라”고 요구했다.
지난 25일 의성군선거관리위원회는 ‘의성군 대구군공항 이전 유치 주민투표’를 위한 찬성, 반대 대표단체를 공고했다. 찬성 단체는 통합신공항의성유치위원회, 반대 단체는 푸른의성21이 대표단체로 선정됐다.
앞서 지난 24일 반대 단체로 등록한 곳은 모두 20곳이었다.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 의성군농민회 한국농업경영인의성군연합회, 쌀전업농의성군연합회, 의성군고추생산자연합회 등이다. 반면 찬성 단체는 통합신공항의성유치위원회 1곳이었다.
주민투표관리규칙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찬성, 반대 대표단체를 한 곳 정해 공고해야 하고, 대표단체는 주민투표 설명회, 토론회에 참가할 수 있다. 또, 주민투표공보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투표와 개표에 참관할 수 있다.
반대 단체로 등록한 곳 중에는 주민투표 발의 전까지 의성군과 함께 찬성 운동을 해왔던 단체도 포함됐다. 이들 단체 중 일부는 반대 대표단체 선정 과정에서 추첨에 자진해서 빠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반대 대표단체 선정 추첨에는 11곳이 참여했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른바 ‘무늬만 반대 단체’가 대거 등장하자 실제로 반대 운동을 해왔던 단체가 대표 단체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년 동안 반대 운동을 벌여온 신광진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원장은 “반대 단체로 등록한 곳 중 실제로 반대 운동을 했던 곳은 5곳에 불과하다”며 “군수와 함께 찬성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반대 단체로 등록했다. 군수 입장이 바뀐 게 아닌데 불가능한 일이다. 대표단체 탈락하자마자 다음 날 바로 찬성 운동을 하러 다니는 단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반대 단체끼리 모여 대표 단체를 협의하는 자리에서 그 단체들은 ‘단체 소개는 필요 없다’, ‘다수결로 정하자’, ‘추첨하자’는 주장만 했다”며 “군민들이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제대로 알고 주민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군민을 우롱하는 행위다”고 꼬집었다.
의성군선관위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찬반 단체 신청은 절차상 신청서만 내면 등록이 되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자의적으로 거를 수는 없다. 다만, 반대 단체가 너무 많아 각각 면담을 통해 찬성 활동을 했던 사진이 드러나는 등 일부 단체는 자진해서 의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6일,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투표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군공항 이전 주민투표는 오는 1월 21일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에서 열린다. 의성군민은 공동 후보지(의성 비안‧군위 소보)에, 군위군민은 공동 후보지와 단독 후보지(군위 우보)에 찬반 투표를 한다. 의성 비안, 군위 소보, 우보 3개 지역별로 주민투표 찬성률(50%), 투표 참여율(50%)을 합산해 부지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