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에서 처음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진행됐지만,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앞서 포항시 오천읍 주민들은 지역 시의원인 이나겸, 박정호 포항시의원(자유한국당)이 포항SRF(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주민소환을 청구했다.
18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이나겸, 박정호 두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는 최종 9,577명(21.75%)이 투표하면서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됐다. 투표자 수가 오천읍 유권자 4만 4,028명의 ⅓인 1만 4,676명에 미치지 못하면 법에 따라 투표함을 개봉할 수 없다. 투표율과 무관하게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주민소환에관한법률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민소환 대상인 이나겸 포항시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주민소환은 수모였다. 주민들이 너무 모른다. SRF 시설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중지시켜야 한다. 시민들의 쓰레기를 처리하겠다고 추진한 정책”이라며 “추진 기간에 새로 들어온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기들은 SRF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오해가 지나치다. 필요한 시설이고, 강화된 기준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원으로서 이런 투표가 진행된 것에 부끄럽고 미안하다. 더 분열되고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이후에 지역 화합과 발전이 걱정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제 집회 시위는 멈췄으면 좋겠다. 지원 대책이나 문제점은 앞으로 계속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시의원은 “앞으로 주민과 화합이 가장 문제다. 이나겸 의원, 지역 대표성을 가진 단체장과 함께 앞으로 합리적으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며 “SRF 시설에서 배출되는 건 지금도 다 기준치 이하인데, 더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많은 소통의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향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 사무국장은 “투표율은 채우지 못했지만, 포항시와 의회는 무거운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 하고 유해가스가 나오는 시설을 필수시설이라며 추진한다. 시의회가 포항시의 잘못된 정책을 전혀 견제, 감시하지 못한다면 시의원이 무슨 필요가 있나. 앞으로 시설 폐쇄를 꾸준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SRF는 2008년 11월 주민설명회 이후 2009년 2월 입지(포항시 남구 호동, 4만 5,000㎡) 선정이 완료됐다. 2015년 9월 환경영향평가를 마쳤고, 2019년 1월 완공돼 2월 19일부터 상업 운영을 시작했다. 민자 826억 원을 포함한 정부·시 예산 등 1,534억 원이 들어갔다. SRF란, 생활쓰레기를 고형연료로 가공해 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포항SRF 본격 추진에 오천읍 주민들은 주로 아이를 둔 학부모나 주부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시설 반경 2km 안에 초등학교가 3곳(인덕초, 구정초, 청림초)있고, 2.5km까지 늘리면 3개 학교(원동초, 포은중, 오천고)가 더 포함됐기 때문이다.
오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반대 어머니회는 지난 9월 30일 이나겸, 박정호 시의원을 대상으로 “주민 민원을 방치하는 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주민소환제 청구 서명부를 제출했다. 서명부에는 이나겸 의원 주민소환 1만 1,221명, 박정호 의원 소환 1만 1,192명이 서명했다. 유권자의 20% (8,693명)서명을 받으면 주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포항SRF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 등에서 제대로 된 공론화가 없었으며, 굴뚝이 낮아(34M) 환경오염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포항시는 포항SRF 건설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한다. 굴뚝이 낮은 것은 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 때문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송풍기를 설치해 고도가 더 높은 곳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천읍을 지역구로 하는 시의원은 이들 뿐 아니라 박칠용 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있지만, 박 의원은 SRF 반대 의견을 꾸준히 의회에서 개진하면서 소환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