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소송 1심에서 승소해 생계비 지급을 신청한 해고노동자들이 4년 6개월째 해고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법원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11월 26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정태)는 근로자 지위확인 1심에서 승소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22명이 매월 최저임금(1,745,150원)을 지급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했다. 고용 책임자인 아사히글라스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생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가족의 소득이 있으니, 급히 생계비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해고노동자 개개인의 현재 소득, 가족의 소득, 노조로부터 받는 생계기금을 월별로 다 따져서 인용금액을 결정했다. 노동조합이 지급하는 생계비 97만 원을 소득으로 간주했고, 가족의 소득도 따졌다. 그 결과 6명에게만 일부 금액(25~55만 원)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노동자 22명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의 판결 확정 전까지 대다수 해고노동자들은 손해배상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소송을 대리한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회사 쪽에서 4년 동안 소득이 없다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냐며 보전 필요성에 대해 소명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소득, 노조로부터 받는 생계기금까지 월별로 설명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결정이 나왔다”며 “이렇게까지 노동자 개인별로 따져서 금액을 인정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철저히 회사 쪽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비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4년 6개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재판부가 자료를 달라고 했다. 후원받고, 명절 때 물품 팔아서 월 97만 원씩 생계비 지급한 걸 재판부가 보고도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아사히글라스가 직접고용 당사자라며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소속 노동자들이 2015년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의 도급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일자리를 잃은지 4년여 만의 판결이었다. 이후 회사 측이 불복해 항소했고, 노동자들은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또,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