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16년부터 운영해오던 ‘청년 NGO 활동 지원 사업’의 주무부서를 바꾸고 예산을 줄이는 등 사실상 축소, 폐지 수순을 밟자, 사업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사업 참여 청년 20명은 대구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사업 축소 변경 계획 철회와 권영진 시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대구시가 마련한 2020년 예산안을 보면 애초 시민행복교육국 시민소통과 소관이던 청년 NGO 활동 지원 사업은 일자리투자국 일자리노동정책과 소관 청년 pre-job(프리잡) 지원 사업으로 통폐합된다. 대구시는 내년에 여러 국책 사업 시행으로 예산 소요가 많아서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유사 정책을 통폐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NGO 확산 사업과 청년 pre-job 사업을 유사 정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업 주관 부서가 시민소통과(NGO)와 일자리정책과(pre-job)라는 차이나 사업을 위탁받는 민간기관도 대구시민센터와 상공회의소로 차이가 크다. 부서나 기관별로 사업을 바라보는 목적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공개된 사업 목적도 차이가 있다. 올해 대구시가 공개한 각 사업의 목적만 봐도 NGO 확산 사업은 공익활동 확산, 활동가 육성과 역량 강화가 목적이지만, 청년 pre-job 사업은 청년 일자리 제공이 목적이다. 이런 차이에 비하면 예산 삭감이나 사업 참여 기간을 5, 8, 10개월로 차등을 두던 걸 일괄적으로 5개월로 하며, 참여 연령 제한을 29세에서 34세로 늘리는 변화는 부수적인 것에 가깝다.(관련기사=호평받던 ‘대구 청년 NGO 활동 지원 사업’, 사라지나?(‘19.11.21))
회견에 참여한 청년들은 대구시의 이 같은 정책 기조 변화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하여 공익활동 확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대구시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며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성과를 냈다면 지원을 늘려 발전시키는 게 수순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반대로 사업을 변질시키고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공회의소는 상공업자들의 지역별 종합 경제단체다. 상공업을 담당하던 상공회의소가 어떻게 공익활동 영역을 맡을 수 있단 말이냐”라며 “공익활동 영역을 단순한 일자리 사업으로 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청년활동가 일동은 대구 청년 NGO 활동 확산 사업이 변질되고 축소되는 점, 청년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점에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첫 사업에 참여하고 지금은 대구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나래 씨도 회견에 참여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해왔던 청년들이 이젠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업을 통해 겪었던 경험을 계기로 스스로 목소리 내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불합리한 대구시의 결정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모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심사위, 운영위 등을 꾸리고 참여 청년과 단체를 선정하겠다는 말입니까? 단순히 시민사회 영역을 일자리, 직장의 터로 인식하고 배분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도 표시했다.
남희도 대구시 시민소통과 팀장은 “내년도 대단위 국책사업이 늘어서 효율적 예산 사용을 위해 통폐합하기로 했다. 일자리정책과로 넘어가면 국비 사업이 되어서 시 재정부담이 줄고, 청년들에게 참여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예산안이 의회로 넘어가서 시가 예산안을 수정 제출하지 않으면, 변동 가능성이 없지 않으냐는 물음에 남 팀장은 “그렇다”면서 “실무선에서 알아봐야 하지만 상공회의소 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으니 기존 시민센터와 협업으로 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