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권분한(88) 씨가 자작시에서 이름에 얽힌 ‘분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경상북도는 ‘2019 경상북도 문해대잔치’ 시화전, 편지쓰기 공모작을 발표했다. 시화전 대상에 당선된 작품은 권분한 씨의 <내 이름은 분한이>, 김분자(79) 씨의 <그림은 나의 비타민>이다.
권 씨는 자작시에서 어머니가 딸만 셋을 낳아 분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이 ‘분한이’가 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권 씨가 정작 분한 일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진짜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라고 강조했다.
권 씨는 뒤늦게 ‘안동 찾아가는 한글 배달 교실’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라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내 이름은 분한이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 배달 교실 권분한-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
마흔서이에 혼자 되어
쭈그렁 할머니가 되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글자만 보면 어지러워
멀미가 났지만
배울수록 공부가 재미나요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경북도는 오는 20일 오후 2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2019 경상북도 문해대잔치’ 기념식과 시상식을 연다. 시화전, 편지 쓰기 공모작은 오는 23일까지 전시한다. 또, 이날 오후 영화 <칠곡 가시나들> 상영과 배우와 대화 시간도 갖는다.
이철우 도지사는 “용기 내어 시작한 글 공부로 당신 삶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어르신들의 열정을 응원한다”며 “문해교육을 통해 생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경상북도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