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 직원들 밤 10시까지 퇴근 못한 사연

배기철, "하다 보니 길어져, 국·과장들이 28일 끝내자 해"

19:18

28일, 대구 동구청 청사는 밤 9시를 넘어서도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 900여 명 중 300여 명이 그 시간까지도 퇴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경지부 동구지부에 따르면, 28일 동구청 간부들이 배기철 동구청장에게 ‘2020년 주요 업무계획보고’를 위해 남아 있었고 부하 직원들도 보고가 끝날 때까지 퇴근하지 못했다.

주요 업무계획보고는 동구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통상 10월 중순 열린다. 동구도 당초 하루에 1개국씩 나흘(3국+보건소)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10월 8일부터 나흘간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하지만 업무보고를 다시 하라는 구청장의 지시로 28일 재차 보고하게 됐다.

이날 하루에 보고가 몰리면서 오후 2시에 시작된 보고는 밤 9시 40분경에 끝났다. 노조에 따르면, 8시간에 달하는 보고 동안 휴식 시간은 15분이었고, 저녁 식사 시간은 따로 없었다.

▲배기철 동구청장(뉴스민 자료사진)

노조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근무 시간 내 완료하지 못했다면 중단하고 다음날 이어서 하면 되는데, 노조와 단체교섭 합의사항도 어겨가면서 업무를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조창현 노조 지부장은 “권위주의 시대처럼 직원 길들이기를 하는 느낌이다. 평소에도 구청장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공무원을 핀잔주는 사례가 있다. 이런 일 때문에 직원들은 구청장의 태도를 ‘갑질’로 느끼게 된다”라며 “문제 제기를 듣고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배기철 청장은 “어제는 업무 보고 후에 국장, 과장과 함께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자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오지 말고 국·과장만 오라 해서 회의했는데, 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저녁에 끝낼까 했는데 국·과장들이 오늘(28일) 끝내자고 해서 길어졌다”며 “300명이 남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노조에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과장 대상 회의였는데 만약 직원들이 대기했다면 시간 외 수당은 다 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