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운동’, 환수한 수익을 시민 모두에게 돌릴 방법 고민해야”

2019 공유정책포럼, 곽노완 교수 기조 강의

18:24

“‘커먼즈의 역설’은 공유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부자들에게만 부를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를 환수해서 모두에게 돌릴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만 공유운동이 보다 지속가능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곽노완 한신대 교수는 ‘공유 운동’이 불러올 수 있는 모순점을 지적하면서 시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공유 운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5일 대구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공유정책포럼, 공유와 커먼즈’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곽노완 교수는 5일 대구 북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9 공유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조 강의에 나섰다. (사진=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공유’는 ‘경제’와 만나 몇 해 전부터 주목 받는 분야가 됐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서비스는 익숙한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카풀 시스템 도입 문제를 두고 꽤 큰 갈등을 겪기도 했다. 대구시도 2017년에 ‘대구광역시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하고, 걸음마 수준이지만 대구를 공유도시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정책 포럼도 그 일환이다.

곽 교수는 정책적으로 ‘공유’ 개념에 접근할 때 구분할 수 있는 2가지 영역, ‘쉐어(share:나눔)’와 ‘커먼즈(commons:공유재) 중 커먼즈를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커먼즈는 일반적으로 공유재나 공용자원 등으로 번역하지만 곽 교수는 ‘수익성’을 커먼즈가 갖는 개념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곽 교수는 “공유 운동 이론가인 볼리어는 커먼즈를 공동체 성원들이 평등하게 소유한 재산이나 수익을 창출하는 자원으로 정의했다”며 “저는 주로 수익성 있는 커먼즈 개념에 중점을 둔다. 수익성 없는 것도 많다. 공기도 커먼즈로 볼 수 있는데, 수익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에 무게를 둔 탓인지 곽 교수는 커먼즈의 여러 형태들 중 많은 수익(가치)를 만들어내는 부동산에서 커먼즈 개념을 여럿 풀어냈다. 곽 교수는 하늘을 일부 부동산 자산가들이 독점할 수 있는 커먼즈의 하나로 설명했다.

곽 교수는 “땅 소유자가 애초 10층을 지을 수 있는 곳을 100층까지 늘려 건축할 수 있게 되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데, 그렇게 건축할 수 있는 공간, 하늘은 무지막지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며 “건축 허가를 시민이 아니라 시청이 해주게 되는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땅 소유자가 갖는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시장의 의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곽 교수 설명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는 것이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지상 105층, 지하 7층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건축 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에 1조 7천 억 가량의 공공기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여금을 통해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이나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탄천 보행교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을 내놨다.

곽 교수는 여기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시 계획대로 대로를 지하화하는데 쓴다면 그 인근 아파트 집값만 한 채당 최소 1억 원 씩 오를 거다. 하늘을 팔아서 얻게 된 돈을 일부 지역의 이익으로 돌리는 데 쓰느냐고 비판했다. 시민 모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차원에서 곽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주택에서만 실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 교수는 “상업지 건물 5층을 부수고 20층, 30층을 지어도 환수가 없다”며 “부동산 부자들이 얻는 이익은 환수되지 않고 서민들의 재건축에만 부담하게 하는 건 부당하지 않나”라고 상가 건물의 재개발에도 환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끝으로 곽 교수는 지자체가 소유한 공유자산이나 세입에서 커먼즈 수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영역을 살피면서 이것을 시민 모두에게 되돌려 줄 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그 대안의 하나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대구시가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와 함께 4, 5일 이틀 동안 진행한 ‘2019 대구마을+공익박람회’의 일정 중 하나로 열렸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소개하는 박람회를 열어왔고 올해는 이를 공익활동까지 확대해 진행하는 박람회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