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풍족하고 호화로운 시대. 부족할 게 없지만 행복지수는 낮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 행복찾기(100 Things, 100 Dinge)>는 1960년대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해 본질만 남기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일깨우는 코미디 영화다.
독일 개봉 당시 7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 10위에 올랐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는 다큐멘터리 <나의 물건(My Stuff)>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나의 물건>은 핀란드의 영화제작자 페트리 루카이넨이 연출한 영화로 연인과 헤어진 주인공이 모든 물건을 창고에 넣어 1년간 하루에 한 개씩 물건을 가져오는 내용이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는 다큐멘터리의 설정과 같다.
주인공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와 함께 IT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둘은 감정 상태에 맞춰 대화를 하는 음성인식 앱 ‘나나’를 개발해 스타트업 아이디어 발표회에 나선다. 발표회에서 나나가 큰 관심을 얻지 못하자 토니는 나나의 기능을 통해 폴의 소비습관과 그에 따른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을 공개한다. 이는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만 폴은 친구 토니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다. 결국 계약 체결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둘은 다투게 되고 술기운이 오른 폴은 토니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내기는 각자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창고에 넣고 100일 동안 매일 자정에 물건을 한 개씩 가져오면서 누가 오래 버티는지 시합하는 것이다. 지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주식의 절반을 직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다음날 아침, 폴과 토니는 텅 빈 집안에서 발가벗은 채로 눈을 뜬다. 둘은 직원들의 감시 속에서 100일 동안 소비하지 못하는 나날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화해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경쾌하고 쾌활하다. 폴과 토니가 나체로 베를린 길거리를 내달리거나 한데 엉켜 티격태격하는 유치한 모습이 연출된다. 둘의 분투는 111분 동안 가볍고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현대인의 소비를 꼬집는 것도 잊지 않는다. 폴과 토니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폴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인터넷쇼핑 중독자다. 비슷한 신발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여전히 같은 종류의 신발을 사고 만족해한다. 토니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운동하고 건강주스를 마신다. 신체적 약점으로 비롯된 철저한 자기관리는 자기애로 표출된다. 폴은 자신이 만든 앱 나나로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토니는 나나를 통해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한다. 그리고 현대인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인 루시(미리엄 스테인)는 토니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폴의 가족은 폴과 토니가 미니멀 라이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결핍을 느끼던 폴은 할머니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피난길에 든 가방에서 너무 작은 물건을 챙겼던 것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2019년, 인류는 가장 풍족하고 호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은 반나절도 안 돼 받을 수 있고, 온라인에는 평생 봐도 다 못 볼 콘텐츠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인류는 행복과 힐링 등을 이야기한다. 서점에서도, 방송에서도 관련 서적이나 프로그램이 큰 인기다. 돈과 소비에 주인 자리를 빼앗겨 피폐해진 영혼이 행복과 위로를 갈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폴과 토니가 소비를 멈추면서 깨닫게 되는 건 삶의 우선순위다. 이는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평균 1만 개를 소유한다는 현대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삶의 행복과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