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노동개혁 5법’ 입법 강행 시 노사정위 탈퇴를 밝힌 가운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대구를 방문해 “노사정합의정신 파괴라고 우려 말라”고 밝혔다.
20일 오후 4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에서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주최하는 ‘대구지역 순회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노사정대타협 내용을 지역에 알리는 취지로 열린 토론회였지만, 새누리당이 입법 발의한 ‘노동개혁 5법’으로 인해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를 물려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상정한 ‘노동개혁 5법’은 노사정대타협에서 합의되지 않은 △일반해고 요건(저성과자 해고) 완화?△성과연봉제 도입?△파견 업종 확대 등이 포함됐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오늘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9.15노사정대타협 정신 파괴라는 우려를 표명하셨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노사정위원회가 대타협 합의 정신을 지켜나갈 파수꾼이 될 것”이라며 “지금 발의된 입법안 중에서 완전 합의되지 않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논의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다. 너무 우려하지 마시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합의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노사정대타협 정신이 국회와 정부로부터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이 정도로 정부가 합의 정신을 무시한다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이?희망을 가지고 경제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때인데, 일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희망도 갖지 못하도록 단절시키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수환?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5대 노동악법’ 때문에 현장은 정말 혼란스럽다. 특히 저성과자 퇴출, 성과연봉제 도입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큰 위협”이라며 “노사정이 양보와 협의를 통해 대타협을 이루어냈는데, 노동자에게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이번 악법은 거대한 저항에 부딪힐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환 사무처장은 “저성과자 해고는 이미 현장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위한 안전장치인데도 왜 사용자의 편에서서 개악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저성과로 해고된 노동자는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법제화한다는 것은 정부가 저지르는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은 “기업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 일반해고, 경영상 해고뿐이다. 저성과자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채용과 투자 저하로 이어진다”며 “직무수행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 저성과자 문제를 해결해야 노동시장이 원활히 흐르고 적극적인 채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 최초 노사정대타협 선언 대구, ‘대구고용노사민정협의회’ 평가 이어져
“일회성 행사, 공공부문에 성과 집중…민주노총 포함한 완벽한 노사 파트너쉽 구축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구고용노사민정협의회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김용원 대구대학교 교수는 ‘대구지역 사회적 대화 활성화 및 노사민정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문제점과 과제를 지적했다.?대구고용노사민정협의회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위원장으로 노,사,민,정 대표 등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사관계발전위원회 등 5개 분과 위원회가 있으며, 본 협의회는 연 2회정도 개최된다.
김용원 교수는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고용안정 실천 등 대부분 성과가 대구시와 산하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공공부문이 가장 쉬우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민간부분과 공공부문의 청소, 경비 등 (간접고용) 직종도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경제 상황이 열악하지만, 노사민정 파트너쉽은 3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증명돼 있다. 그런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쟁의 조정 사건을 보면, 70% 이상이 민주노총 사업장이다. 진정한 노사정 파트너쉽이 완성되려면 민주노총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재원 부족?△활동을 보고받는 형식적 기구 수준의 조직적 한계?△일회성 행사 등을 지적하면서, “협의회 규모를 축소시킨 형태로 대구시고용노동위원회(가칭)을 꾸려 실질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동우 대구시 고용노동과장은 “일회성 행사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활동이 있었기에 지금 노사평화 도시를 이룰 수 있었고 그것이 기업유치의 뒷받침이 됐다”며 “비정규직 고용개선은 우선 공공부문에 2018년까지 완료하고, 민간부분으로 확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영산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1과장은 “대구의 노사민정 대화가 어느 지역보다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겉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노총 차원에서 중앙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지역에서 목소리 내기가 어렵고, 예민한 사안은 겉돌리기만 한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대구노사민정협의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노동청 차원에서는 민주노총과 계속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공공기관이 용역업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서 용역근로자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인 영남대학교 교수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의 대표적 도시에서 노사민정이 상생협력, 상생고용 협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산재한 핵심 이슈를 지역 차원에서 풀어보고자하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경남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으며,?대구지역 노·경총 임원, 기업 노사?및 학계, 고용노동부?및 자치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