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공포의 대상은 누구인가?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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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 감독은 사회상을 담은 스릴러 영화를 자주 만들었다. 1995년작 <세븐>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소개하면서 타인에 대한 무관심한 사회를 지적했다. 1999년 개봉한 <파이트 클럽>에서는 테러 단체를 통해 획일화된 현대 사회의 공포감을 지적했다. 2014년에는 쓰는 작품들이 잇따라 영화화돼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떠오른 길리언 플린의 동명소설 <나를 찾아줘(Gone Girl)>를 각색한 영화를 선보였다.

<나를 찾아줘>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위기) 이후 미국 중산층의 붕괴가 배경이다.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 유명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인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가 실종되고 세상은 떠들썩해진다. 남편 닉(벤 애플렉)은 용의자로 몰리고, 언론은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

영화는 경찰 수사로 부부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스릴러 구조다. 광고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부부는 사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마치 원만한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행동한다. 실제와 달리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 지가 더 중요해진 세상에 대한 통찰과 풍자인 셈이다. 에이미의 부모는 금리 인상에 따라 원리금을 갚지 못해 파산하고 딸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껏 부모의 부에 기대온 부부 사이에 균열이 시작된다. 저금리의 빚으로 키워낸 행복이 파멸의 씨앗이 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모기지론, 파산에 덧보태 닉과 에이미는 불황의 여파로 실업자가 되면서 부부의 권태가 시작된다. 부부의 실망스런 본모습은 닉을 살인 용의자로 만드는 단서로 작용한다. 닉은 국민적인 지탄 속에서 아내의 행방을 좇는 동시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을 뛰어다닌다. 하지만 아내를 추적할수록 의심의 눈초리는 닉을 몰아세운다.

실종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태를 유지하면서, 파국에 이른 결혼생활을 그리는 비극적 심리 드라마의 진가는 스캔들에 목매는 언론의 행태를 향한 비판에 있다.
언론은 닉의 집 앞에 진을 치고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춘다. 에이미의 추적은 고사하고 사건을 흥미 위주로 보도한다. 닉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어느 뉴스쇼는 닉을 향한 대중의 공분을 불러온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전략을 짠 닉이 방송사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닉을 향한 대중의 감정은 우호적으로 바뀐다.

닉의 독백과 불륜의 흔적 등 영화적 장치는 관객도 진실에 대해 망각하도록 만든다. 닉을 연민했다가 의심했다가 분노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애틋한 감정도 느낄 것이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고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가 교차할 때 관객은 미로 속에 놓이기 때문이다.

닉은 정말 에이미를 죽인 걸까, 에이미가 살아 있다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번역한 제목 자체는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뒤 씁쓸한 결말에 도달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연출하던 부인은 피해자를 가장해 범죄를 기획하고 완벽한 배우자를 연기하던 남편은 부도덕한 패륜아가 됐다가 연민의 대상으로 바뀐다. 소설 원작의 영화에는 리얼리티가 넘친다.

공포의 대상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가, 경제를 위기로 내모는 악재들인가, 선정적 추측 보도로 일관하는 언론인가. 아니면 진실 따윈 관심도 없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눈에 보인다고 믿기 때문인가.